들어가는 말

옛날 어느 마을에 호랑이 훈장이 있었더란다. 이 훈장은 툭하면 학동들을 혼내곤 했는데, 특히 꾸벅꾸벅 졸기라도 하면 호통은 물론 회초리로 매질을 하곤했지. 그런데 정작 자신은 꼬박꼬박 낮잠을 잤어. 점심을 먹고 노곤할 때면 학동들에게는 책을 읽도록 시키고 잠을 잤지. 어찌나 잠 귀가 밝은지 딴짓이라도 하려면 바로 일어나 회초리를 들고 성을 냈어.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나봐 날도 덥고, 책 읽기도 물리는 터라 한 학동이 이렇게 물었어.

“훈장님, 좀 쉬면 안 되겠습니까? 낮잠이라도 자면 맑은 눈으로 다시 책을 볼 수 있겠습니다.”

“예끼 이놈! 나는 꿈 속에서도 공자님을 만나뵙고 있다. 낮잠 잘 틈이 있으면 글공부나 더 열심히 하거라!!”

그런데 이 말을 듣고 한 학동이 꾀를 내었어. 무슨 생각인지 다음날 글공부 시간에 훈장님 앞에서 보란듯이 졸았지. 아니나 다를까 호랑이 훈장은 호통을 치며 회초리를 들었지. 그러자 학동이 억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야?

“저도 꿈 속에서 공자님을 뵙느라 잠깐 졸았습니다.”

“허, 요런 당돌한 녀석을 보게! 그래 공자님께서 뭐라 말씀하시더냐?!”

“예, 공자님께서는 스승님을 만난 적이 없다고 말씀하시던데요?”

혹시 이 이야기를 들어 보았는지요. 사실 이 이야기는 <논어>의 내용을 재미있게 각색한 것입니다. 공자는 꿈에서 주공周公이라는 성인을 만난다고 제자들에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또 공자의 제자 가운데 재아는 낮잠을 자다가 공자에게 크게 꾸지람을 듣기도 했습니다. <논어>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훈장이 공자를, 재기 넘치는 학동이 재아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겁니다.

따져보면 이 이야기에는 공자에 대한 은근한 비판이 깔려 있기도 합니다. 무턱대고 혼내는 훈장의 모습은 꽉 막힌 답답한 선생을 풍자한 것이지요. 한번 상상해 봅시다. 만약 여러분이 공자 학교의 학생이라면 어떨까요? 그 수업을 직접 듣는다면? 재아처럼 꾸벅꾸벅 조는 학생일까요 아니면 또랑또랑한 눈으로 선생님의 수업을 귀기울여 듣는 모범생일까요?

‘공자왈 맹자왈’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풀이하면 ‘공자가 말했다. 맹자가 말했다.’가 될 텐데, 이 말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쓰입니다. 재미도 없고 유익하지도 않는 가르침을 일컫는 말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실천은 없이 헛된 이론만을 일삼는 태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네이버 사전)이라 하네요. 위에 소개한 호랑이 훈장의 태도가 딱 그렇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공자 선생님은 결코 반갑지 않을 것입니다. 안 그래도 학교와 학원에서 선생님들에게 시달리는데 또 선생님이 필요할까요. 공자니 <논어>니 하면 뭔가 낡고 답답한 이미지가 떠오르기 쉽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도서관 같은 곳에서 <논어>를 주제로 강의하면 늘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모입니다. 청소년들을 위한 강의를 구성해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 책의 제목, ‘공자와 제자들의 유쾌한 교실’은 본디 청소년들과 <논어>를 공부하는 모임의 이름이었습니다. 약 10년 전, 서울 구로동에 청소년들과 인문학을 공부하는 작은 공간을 열었습니다. 다양한 공부 모임이 있었는데, 저는 <논어>를 함께 공부했습니다. 비록 학교 교실은 아니지만 교실처럼 배움이 있는 곳, 그러나 즐거운 배움이 넘치는 곳이기 바라는 마음에 ‘유쾌한 교실’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름 덕분인지 저에게는 매우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청소년들과 함께 <논어>를 읽으며 그간 알지 못했던 <논어>의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저 역시 오래도록 <논어>를 ‘공자왈 맹자왈’하는 책으로 읽었습니다. 뻔한 이야기, 그리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읽어보니 그 속에는 수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선생 공자와 다양한 제자들의 모습을 하나씩 따져보니 꽤 재미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공자도 화를 내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공자의 제자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입니다. 걸핏하면 선생에게 혼나는가 하면, 늘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공자와 제자들이 함께 모여 공부한 그 교실, 그 현장을 상상하며 책을 썼습니다. 과연 그 옛날 공자와 제자들은 어떻게 가르치고 배웠을까요? 그 교실의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 교실의 모습을 좀 새롭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교실’이라고 하면 여러 부정적인 이미지가 마구 떠오릅니다. 좁은 책상, 빡빡한 시간표, 먼지 나는 칠판까지.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는 좀 다른 모습의 교실을 상상했으면 합니다. 선생과 제자가 만나는 공간, 가르치고 배우는 역동적인 활동으로 생기가 넘치는 곳, 깨우침과 성장이 있는 터전이 바로 교실이 아닐지요. 따라서 앞으로 소개할 공자와 제자들의 유쾌한 교실에는 칠판과 교탁, 출석부와 시간표는 물론 책상과 의자조차 없을 거예요. 다만 선생과 제자들의 다양하고도 풍성한 이야기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처음 이 책을 펴낸 지 벌써 몇 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고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사정이 생겨 책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대강의 내용을 그대로 두고 찬찬히 <논어>의 이야기를 다시 정리할 예정입니다. 전혀 다른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건 이야기가 끝나 보아야 알겠지요.

여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공자와 제자들의 유쾌한 교실’로 떠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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