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선농인문학서당 《사기본기》 1강 – 신화의 시대에서 역사의 시대로

  1. 《사기》를 읽는다는 것.

왜 하필 《사기》일까? 그 많고 많은 고전 가운데, 인문학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책 가운데 왜 하필 사기일까? 사실 가장 적절한 대답은 ‘우연’과 ‘인연’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이 책이 선택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사건을 위해 예비된 것일지도 모르지. 따라서 그 이유를 따져 물어보았자 별 대답을 찾기 힘들다. 더 좋은 방법은, 그 장점을 따져보는 것이다. 《사기》를 읽으면 무엇이 좋을까?

무엇보다 ‘중국’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웃한 나라, 이제는 세계 최강의 나라로 탈바꿈한 대국. 게다가 매 해가 다르게 늘어나는 중국 사람들, 그 영향력…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중국’을 제대로 모른다. 그것은 서구적인 시각에 붙들려 ‘중국’이라는 오래된 나라를 해석할 적절한 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야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을 이해하고 중국과 더불어, 혹은 중국의 그늘 아래 살아갈 것이다. 따라서 중국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적절한 선택이라고 하겠다. 《사기》는 중국을 이해하는데 손꼽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길, 《사기》를 읽는 것은 결코 가볍고 빠른 길이 아니다. 수천년 전 글을 왜 우리가 읽어야 하나? 이토록 딱딱하고 재미없는 글을?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이라는 단어를 끌어와야 할 것같다. ‘인문학’의 본래 모습이 이렇다. 딱딱하고 재미없고 지루한. 그것은 인문학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밑바닥으로 내려가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그러나 그 위에 서 있기에 누구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의 삶과 생각의 토대를 점검해 보는 학문! 인문학은 근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활동이다. 따라서 《사기》를 통해 발견해야 할 것은 오늘날 눈에 보이는 중국이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중국의 기틀일 것이다. 그렇기에 거꾸로 우리는 그곳에서 역사, 인간, 삶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다행이다. 책이 결코 쉽지 않아서. 아마 이 낯선 책을 읽고 적지 않게 당황했을 것이다. 모르는 단어도 많고, 게다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통 모르겠고… 그러나 이 낯설음, 쉽지 않은 책이라는 점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짚어두자. 왜냐하면 가만히 있어서는 도무지 이 책에서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을 것이므로. 사냥꾼의 눈을 가지지 않으면, 광부의 땀이 없이는, 황소같은 우직함이 없이는 이 책은 아무것도 선물해주지 못하리라. 무엇이라도 잡아 채겠다는 날카로운 눈이 필요하다. 이 무거운 말들을 견뎌내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수고를 들여야 할까? 인문학은 물론 모든 ‘배움’의 목표는 ‘사유하는 인간’이다. 남의 생각이 아닌, 남의 말이 아닌, 남의 삶이 아난 나의 생각, 말, 삶을 위해. 더불어 단순히 물리적 무게가 아니라, 진실로 이 무거운 책을 읽어냈다는 뿌듯함은 아마 이후에 다른 책을 만날 때에도 큰 도움이 되어주리라.

 

  1. 《사기》, 역사의 시작

《사기》는 중국 역사의 첫 시작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사기》보다 앞선 역사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기》는 이른바 ‘중국사’의 첫번째 책에 해당하는 권위를 지니고 있다. 오죽하면 제목도 ‘사기’, 즉 ‘역사 기록’이라는 제목을 얻었을까?

이 책은 중국 고대의 역사를 다룬다. 고대 왕조에서 춘추전국 시대를 지나 진나라와 한나라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그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 넘도 넘은 옛날이다. 이 까마득한 과거에도 역사를 기록하는 인물이 있었다. 우리의 여정 맨 마지막에 만날 ‘사마천’이 바로 그 인물이다. 그는 엄청난 분량의 책을 썼는데 지금 우리가 보는 일반 책으로 환산하면, 약 3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다. 참고로 그는 붓과 먹, 종이가 없는 시대에 이 책을 기록했다.

이 방대한 분량의 책은 크게 《본기》, 《세가》, 《열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 《본기》는 나라와 황제의 이야기를 담았다. 《세가》는 그 아래 귀족, 혹은 제후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열전》은 갖가지 흥미진진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본기》가 우리가 흔히 읽는 역사의 모습을 가졌다면 《열전》은 그 역사를 살아간 개인들의 삶에 주목한다. 우리는 《본기》와 《열전》을 통해 고대 중국의 변천과 그 험난한 시대를 헤쳐나왔던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사기본기》는 총 12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제목을 보면 이렇다. ‘오제 – 하 – 은 – 주 – 진 – 진시황 – 항우 – 고조 – 여태후 – 효문 – 효경- 효무’ 앞서 이야기했듯 이는 역사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하, 은, 주, 진’은 나라의 이름이고, ‘오제, 진시황, 항우, 고조, 여태후’ 등은 인물의 이름이다. 왕조의 역사와 더불어 각 시대를 대표하는 황제의 역사를 기록했다고 보면 쉽다.

 

 

  1. 신화의 시대에서 국가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오제’는 전설상의 인물이다. 혹시나 오해할 수 있으니, 오제 가운데 하나인 황제黃帝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황제皇帝와 다르다는 점을 짚어두자. 중국은 자신의 역사를 황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황제보다는 그 뒤에 천하를 다스렸다는 요와 순이 더 유명하다. 요순의 통치는 후대에 큰 귀감이 되었다. 이 때문에 이상적인 세계를 말할 때 ‘요순시대’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가장 평화로운 시대의 큰 특징은 왕권이 아들에게 물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요는 아들이 아닌 순에게 자리를 물려준다. 순은 요의 사위였으나, 《사기》의 기록에 따르면 그것은 순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자신의 두 딸을 준 것이란다. 믿거나 말거나. 훌륭한 인물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 이것을 선양禪讓이라고 한다. 요는 순에게, 순은 다시 우에게 물려 주었다.

그런데 우임금 다음에는 사정이 바뀌고 말았다. 우는 덕망있는 이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싶어했으나 천하 사람들이 그 자식에게 몰려갔다고 전한다. 이제 왕위는 자식에게 전해진다. 허나 자세히 따져보면 꼭 자식에게 자리가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형제에게 물려주기도 했는데, 어쨌건 이제 한 핏줄이 나라의 통치권을 다 손에 쥐게 되었다. 이른바 왕권의 탄생이다.

왕권의 탄생은 결국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버렸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하나라의 마지막 왕, 걸왕의 이야기는 그랬을 때의 위험을 잘 보여준다. 결국 나라는 망하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새나라를 주장하기에 이른다. 탕의 은나라이다. 이렇게 다른 성씨, 혹은 다른 집안으로 왕권이 옮겨지는 것을 ‘혁명革命’이라 하였다. 하늘, 혹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나라의 권력이 뒤바뀌었다는 말이다.

하나라는 망했으나 그 후손은 기杞라는 땅에 모여 살았다. 망한 나라의 후손이니 사람들이 곱게 보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얻을 수 있었다. 기나라 사람 가운데 하늘이 무너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사람이 있었단다. 쓸데 없는 걱정. 기나라 사람의 이 어리석은 걱정을 일컬어 ‘기우杞憂’라고 한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많은 단어, 표현 가운데 《사기》에서 빚지고 있는 것이 적지 않다. 하나 더 소개하려는데, 이번엔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 주왕을 이야기해야겠다. 그는 화려한 생활을 즐겼는데 어찌나 방탕하게 놀았던지 술로 못을 만들어놓고 수풀에 고기들을 마구 널어놓고 먹고 마셨단다. 바로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폭군의 끝은 결국 죽음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결국 은나라의 주왕도 목숨을 잃는다.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새롭게 등장한 나라가 바로 주나라다. 주나라의 통일에 얽힌 이야기는 더 많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록의 시대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나라 이전까지의 기록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은나라의 흔적으로 갑골문이 남아 있다. 갑골문은 동물의 뼈에 새겨놓은 글자를 일컫는다. 기록은 기록이되 흔적에 가까운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나라부터는 다르다. 이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펼쳐질 때가 되었다. 당연히 등장하는 인물도 많고, 사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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