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7책] #25 – 논어 공부는 이 책으로 《대역 논어집주》

《논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이에게 어떤 책을 추천해주어야 할까? 쉽지 않은 일이다. 무릇 《논어》를 공부하는 데는 번역서 보다 원문으로 천천히 읽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혼자서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원문만으로는 워낙 오리무중이라 간단한 해설이라도 필요하기 마련인데, 어떤 주석을 읽느냐에 따라 《논어》를 읽는 방향이 크게 달라진다. 원문으로 읽는 것도 그럴진대, 번역문은 오죽할까? 《논어》 강의하면서 책을 선정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고민이다. 지나치게 해설이 많은 책은 읽는데 방해가 된다. 그렇다고 깔끔하게 번역만 되어 있는 책이 좋은가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올해 몇 차례 《논어》를 강의할 일이 있었다. 청소년에게 강의할 때에는 홍익출판사에서 나온 김형찬 역을 선택했다. 크게 고민한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숱한 《논어》 번역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고, 그렇기에 가장 구하기도 쉽고, 가장 보편적인 해석을 담고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결과는… 글쎄 잘 모르겠다. 번역문이 그렇게 좋은 것 같지도 않고, 밑에 붙은 주석이 원문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는가 하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처음 읽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다른 책이 떠오르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산의 미야자키 이치사다역과 올재에서 나온 이을호 역이 생각나는데 둘 다 김형찬 역보다 훨씬 낫다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처음 가볍게 《논어》를 읽는 경우야 그렇지만, 마음 잡고 본격적으로 읽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까지 《논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선호되었던 책은 전통문화연구회의 성백효 역이다. 이른바 파란책. 현토가 붙은 만큼 전통적인 해석을 따라 번역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단점은 오늘 우리의 언어 환경과 동떨어진 번역이라는 데 있다. 읽다보면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알쏭달쏭 할 때가 적지 않다. 그래도 주희의 주석까지 읽으려면 이 책이 가장 좋은 책으로 손꼽혔다. 그러던 와중 소나무의 박성규 역이 나왔다. 늘 《논어》 번역이 쏟아지는 와중에 주희의 주석을 번역한 책은 찾기 어려웠던 차,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 책의 특징은 ‘대역’이라는 이름처럼 책을 펼치면 왼쪽에는 원문이 오른쪽에는 번역문이 실려 있는 체계이다. ‘논어집주’라는 제목처럼 주희의 해석을 기준으로 원문을 옮겼다. 번역문은 성백효 역보다는 읽기가 수월하다. 또 하나의 장점은 밑에 《어류》 및 기타 번역, 연구서 가운데 관련 부분을 꼽아 실었다는 점이다. 본래 제목은 ‘주희와 제자들의 토론’이라고 붙일 생각이었다는데, 아마도 《어류》에서 《논어》에 관련된 부분을 꼽아 심도 깊게 접근하고자 했던 건 아닌지 추측해본다. 여튼 결과적으로는 주희의 주석과 《혹문》 및 《어류》 등에서 관련된 부분을 충실히 싣는 형태가 되었는데 공부하는 사람으로는 매우 반가운 편집이다. 수고한 편집자에게 박수를!

이 책을 소개하면서 박성규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주자철학의 귀신론》이라는 저서 이외에 번역서만 두 권 내놓았다. 그 책도 그의 박사 학위 논문을 출간한 책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두 권이 만만치 않은 책이다. 하나는 펑유란의 《중국철학사》 다른 하나는 이 책이다. 선생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논어집주》의 경우 일부에서 번역에 살짝 의문이 드는 부분이 없지 않았으나 대체로 좋은 번역이었다는 생각이다. 《논어》를 깊이 오래 공부할 사람이라면 꼭 옆에두고 참고할 책이 아닌가 싶다. 분량의 압박이 있지만 구구절절한 해설 없이 깔끔한 번역만으로도 이 책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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