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7책] #21 – 사마천의 인간극장 《사기열전》

《사기》는 위대한 책이다. 《사기》는 역사서에 그치지 않는다. 그 안에는 문학적 요소가 들어 있기도 하고, 철학적 탐구가 들어 있기도 하다. 인문학을 문사철文史哲이라 한다면, 《사기》는 인문 종합 선물세트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실제로 《사기》는 후대 수많은 역사서의 전범이 되는 동시에, 숱한 문장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책이기도 하다. 사관들은 《사기》에서 이른바 실록實錄의 정신을 배웠고, 문장가들은 《사기》의 표현을 빌려 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사마천을 사상가라 부르기엔 좀 어색한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사기》에 실린 육가六家의 구분은 후대 사상사 서술의 기본 구도가 되었다. 제자백가를 깊이 공부하려면 《사기》는 필수로 읽어야 한다.

《사기》는 크게 《본기》, 《세가》, 《열전》으로 나뉘는데 그 가운데 으뜸은 《열전》이다. 그것은 춘추전국시대와 진한교체기를 살았던 숱한 인간들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정과 배신, 복수와 좌절, 성공과 실패, 희로애락이 뒤섞인 글을 읽노라면 자연스레 가슴이 뛰고 주먹을 쥐게 된다. 200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의 글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 읽은 이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런 문장을 써낼 수 있었던 것은 사마천 본인이 겪은 삶의 고통 때문이리라. 그는 억울하게도 옥에 갇혀 사형을 선고받지만 궁형 – 생식기가 잘리는 형벌로 그 화를 면한다. 궁형의 치욕 속에 탄생한 글! 이것이 바로 《사기열전》이다.

《사기열전》은 총 70편인데 그 분량이 꽤 많다. 참고로 《사기》 전체를 다 읽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민음사 김원중의 완역판을 가지고 세미나를 했는데, 전체를 다 읽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그중 《사기열전》에 쏟은 시간은 그 절반, 반년이었다. 그만큼 길다 보니 명성에비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물론 그 중엔 읽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고. 그러다 보니 《사기열전》은 주요 부분을 발췌하여 번역해놓은 경우가 적지 않다. 서점에서 수십 종의 《사기열전》을 볼 수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여럿 가운데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책은 바로 이것이다. 주왕실의 몰락에서 진의 통일, 한의 성립에 이르기까지 역사 흐름을 따라 《열전》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번역해 놓았다. 중간에 실린 보조 자료나 지도 및 사진 등도 꽤 유익하다. 번역도 깔끔한 편이다. 그러나 그리 가벼운 책은 아니다. 약 500여 쪽에 달하니. 그래도 《사기》를 처음 읽어볼 요량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본기》나 《세가》 가운데 몇 부분이 빠진 것은 아쉽지만 이 책 다음으로 《사기영선》을 읽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다만 번역이 좀 아쉽기는 하다. 무엇보다 최종 심급은 완역본을 일독하는 것! 지금까지 《사기》 번역 가운데는 김원중의 민음사 본이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완역본인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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