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7책] #20 – 시인 백석 《정본 백석 시집》

나는 시와는 거리가 멀다. 고등학교 때 문예반이라서 시를 짓는다고 이것저것 해보기는 했으나 저 스스로 시집을 사 읽는 사람은 아니었다. 중학교시절 단순한 지식욕 때문에 서점에서 딱 한 번 시집을 샀다. 김소월과 한용운. 그것도 교과서 덕분이다. 그러나 다 읽지는 못하고 몇 페이지를 들춰보는 게 고작이었다. 도무지 읽는 재미가 없었다. 뒤늦게 시와 친해질 기회가 생겼는데 토요서당에서 매주 시를 한편씩 다루어야 했기 때문이다. 매주 한편씩 읽는 것이지만 그래도 몇 년이 쌓이니 그게 재산이 되더라. 이제 시를 읽고 제 생각을 이야기할 정도는 되었다.

매주 읽은 시 가운에 여러 편이 기억에 남지만, 그 가운데 ‘여우난곬족’이 가장 인상 깊었다. 설 풍경을 담은 그 시를 읽노라면 정겨운 풍경이 그려진다. 이제는 아득한 옛날 일이 된, 시골 명절날의 그 떠들썩하고 복잡한 옛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옛 말이라, 평안도 방언이라 모르는 표현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읽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초등학생 친구들이 이 시를 읽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푸근하면서도 행복한 마음에 흠뻑 젖곤 한다. 물론 이 낯선 말들을, 그것도 무척이나 긴 이 글을 읽는 걸 친구들은 그리 반기지 않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백석의 시집을 사고 싶었다. 을지로에 있는 서점에 들려 책을 찾아보았는데, 그의 시집 《사습》은 구할 수가 없더라. 그래도 그의 시들을 엮은 시집을 몇 권 찾을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손에 적당히 잡히는 책을 산 게 바로 위의 책이다. 뒤에 백석의 시를 더 읽겠다고 흰당나귀에서 나온 《백석 시 전집》을 사서 읽었는데, 소득이 영 없었던 것은 아니나 과연 책꽂이에 두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백석 시 전집》의 엮은이 송준은 알려지지 않은 백석의 시라고 몇 편을 더 소개하고 있지만, 안도현의 《백석평전》에 따르면 그 시는 백석의 것이 아니란다. 논란이 있는 부분인데 송준은 자랑스럽게 넣었다. 무엇보다 《백석 시 전집》의 단점은 ‘하늘이 내린 한국 최고의 시인, 백석’이라는 글을 떡하니 앞에 두었다는 점이다. 내용은 둘째치고 표현이 너무 거북하다. 백석이 훌륭함에 대해서야 이견이 없으나, 그래도 저런 화려한 수사는 백석에게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지나친 수사는 없느니만 못하다.

하여, 백석의 시를 읽고자 하는 이에게는 위의 책 《정본 백석 시집》을 추천한다. 시 끝에 일종의 단어 풀이가 실려 있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그런 게 거슬린다 싶으면 뒤에 붙은 원본 부분만 읽어도 좋겠다.

춥고 시린 겨울이 온다. 겨울엔 백석의 시를 읽는 맛이 있다. 그의 시에서는 늘 매운 겨울 바람이 휘몰아친다. 그러나 그 차가움에도 지워지지 않은 따듯함과 포근함, 친절함이 있다. 난 그게 좋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이 겨울도 넉넉하게 지내보는 게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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