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7책] #13 – 불패신화 《아파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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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불로소득으로 몇 배의 이득을 취한 이들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불안한 주거 문제가 앞으로도 해결될 수 없으리라는 사실 에 대한 절망도 아니었다. 도리어 책을 펼쳐 들고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내가 얼마나 세상을 잘 몰랐는가 하는 점이었다. 단순한 산수 수준의 계산도 잘 못 하니 땅값을 두고 벌어지는 수준 높은,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수학 계산 능력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세상을 정말 순진하게 살았구나 하는 자기반성.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영리해 보겠다고 한들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저자는 아파트 단지의 등장과 함께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중산층이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적했는지를 이야기해준다. 저자를 따라 한국 현대사 속에 있는 아파트 성장 신화를 보고 있노라면 땀 흘려 일해서 돈 번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말인지를 알 수있다. 그보다 몇 배나 되는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무엇하러 일하겠는가? 아니, 일은 해야 한다!! 왜? 부동산 게임에 참가할 최소한의 게임머니를 위해서. 게다가 특정한 자리를 꿰차면 게임에 이득이 되는 핵심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그로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부자’라 불리는 이들도 사실은 일만 해서, 공부만 해서 부자가 된 것은 아니라는 불편한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뼈아픈 현실은 두 가지. 하나는 아파트와 같은 주거 공간에 투기하여 이익을 얻어낼 수 있는 시대가 지나갔으므로 그 자본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노릴 것이라는 점. 아파트를 통해 불어나던 자본이 이제는 상가로, 특히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곳으로 향할 것이라는 이야기. 그러면서 소개되는 ‘젠트리피케이션’… 남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경리단 옆, 해방촌의 현실이고 미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년 사이에 상업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투기자본이라 부를 만한 것이 동네를 망치고 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다른 하나는 이제는 ‘집’ 대신 ‘큐브’라는 다양한 방들의 네트워크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부분. 이제 생활과 살림의 공간이었던 집은 해체 되는가? 그렇지 않더라도 과거에 성행했던 ‘스위트 홈’과 같은 풍성한 이미지의 집을 더 이상은 꿈꿀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2년 마다 재계약에 목을 매고, 혹여나 그것도 안 되면 집을 찾아 유랑해야 하는 삶에 낭만이 무슨 이야기인가? 게다가 주변 시세는 어느새 올라 점점 변두리로,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할 것을.

그럼에도 박노자의 지적처럼 대한민국의 지난 수십 년을 지탱해온 성장 신화는 꺼질 줄 모른다. 성장 가능성에 대해 깊은 회의가 들어도, 실재 경제지표가 바닥을 치고 있더라도 성장에 대한 욕구는 멈추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파트의 몰락은 아직도 멀었다. 미분양 사태니, 거품이 꺼질 것이니 하는 말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러니 사실은 여러 성공 서사를 통해 공유된 경험이 문제가 아니라, 그로부터 만들어진 ‘욕망의 덩어리 – 믿음’이야 말로 문제가 아닐까 싶다. 믿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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