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7책] #9 – 공맹순 《유교의 뿌리를 찾아서》

개인적으로는 ‘유교’ 혹은 ‘유학’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일단 전자는 너무 종교적 냄새가 강하기 때문이고, 후자의 경우엔 똑같은 형식을 사용할 수 없는 대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학, 불학까지는 괜찮으나 도학道學, 법학法學이라 할 수는 없지 않나. 한편 더 나아가 이야기하면 ‘교敎’나 ‘학學’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일치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대신 이들을 임의로 묶는 ‘가家’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는 입장이다. 유가, 도가, 불가, 묵가, 도가 …

저자가 ‘유교’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따라서 ‘유교’라는 용어를 정확히 풀이하자면, 공자가 계승한 선왕들의 가르침, 다시 말해서 문화적 교육을 통해 덕화德化를 실현하려는 도덕적•정치적 사상 체계를 지칭한다고 하겠다. 교를 종교라는 의미로 해석하여 유교라는 용어를 기피하려는 경향은 19세기 말 이후에 나타난 현상으로 교의 본래 의미는 물론 종교의 개념을 좁게 파악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17쪽) 참고할만한 주장이다.

저자는 종교학자이자 수녀이지만 유가에도 꽤 이해가 깊은 인물이다. 개정판 머리말에 따르면 그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구약의 의인과 선진 유교의 성인’이라고 한다. 그의 다른 책은 주로 비교종교학을 다루었지만 이 책은 초기 유가의 세 인물 – 공자, 맹자, 순자에만 집중하고 있다. 신선한 시각이 있지는 않으나 기본적인 서술에서 탄탄한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책장에서 수많은 책이 들락날락하는 와중에도 꽤 가까운 거리에 꽂혀 있었다.

그렇다고 달달 읽은 것도 아니고, 매우 아끼는 책도 아니다. 공부삼아 읽기엔 뭔가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이리라. 차라리 원전을 한 번 더 보는 게 낫다는 식의 생각 때문에. 그래서 오랫동안 펼쳐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개할 책이라고 골라놓고 뒤적거리니 다시 읽어보아야 할 이유가 하나 생겼다. 책을 읽을 때 근기가 모자랐는지, 관심 밖에 있었기 때문인지 세번째 순자를 다루는 부분은 아주 깨끗하다. 대충 읽었는지 내용도 기억 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엔 시간을 내어 《순자》를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순자》 관련 책을 찾기도 어려운 마당에 꽤 귀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유가, 혹은 춘추전국시대의 초기유가 그러니까 공자, 맹자, 순자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려는 사람에게는 좋은 책이다. 펑유란의 《중국철학사》는 혼자 읽기엔 도무지 벅찬 분량이고, 벤자민 슈워츠의 《중국고대사상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나 그렇다고 매우 많은 공력이 필요한 책도 아니다. 기본적인 내용이 매우 탄탄한 책이다. 깊이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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