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의 잔소리 하나 더

김영길 총장이 20년 총장직에서 물러날 날이 코앞에 있다. 예전에 해결되었어야 할 일이 지금까지 지지부진 끌어오다 결국 명예 총장, 이사장을 운운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사람이 들고 일어난다. 개인적으로는 몇몇과 함께 졸업생 연서를 준비중이다. 이 참에 학교 인트라넷에 올려놓았던 글을 블로그로 옮겨둔다. 그런데 씁쓸 한 건… 몇 년 전 사태나 지금의 모습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 하긴 10년 전에도 그랬다. 2011년 1월 29일에 올린 글이다.

1.

졸업생이 왜?? 트윗에서 김두식 선생의 맨션을 보고 조만간 무슨 일이 터지겠구나 싶었습니다. 징계 관련한 글이 올라온 것도 얼마전 트윗을 통해 알았습니다. 그 후로 i3에 들어와 이것 저것 글들을 읽어보고 있는 중입니다. 일단 보이는 느낌은 좋다는 생각입니다.

생각보다 이 일의 심각성을 많은 재학생 학우들이 알고 있고 다양한 형태로 어떤식으로건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앞서 다른 졸업생의 글에서 그렇듯 적어도 제가 아는 한동의 10여년에서 학생들이 이렇게 연대, 연서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어떻게 일이 진행되느냐는 차치하고라도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이런 운동이 일어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졸업생으로 이 일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모든 말이 잔소리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학교를 떠난지 벌써 수년이 지났고, 학교 소식이라고는 드문드문 날아오는 동문회 메일밖에 없지만 얼마 전부터 굵직한 사건들이 생기는 것을 보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것도 한편으로는 사실입니다. 학교에 남아있는 재학생들이 잘 하리라 믿지만 응원차 몇 마디 말을 붙입니다.

2.

구경은 이제 그만! 하워드 진의 말이었던 가요. 달리는 기차 위에는 중립은 없다고. 학교 분위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학사 일정을 고려하면 학교 입장으로는 2월 중으로 어떻게는 이 일을 매듭짓고 싶어할 거란 생각입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벌어진 일은 아닐지 모르지만 아마도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겠지요. 그것이 어떤 수준의 징계건 말입니다. 그러기에 방학중이고, 여러 일로 바쁘다는 것은 알지만 많은 학우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일을 지켜보면서 가장 한심했던 것은 제양규 교수가 쓴 학교의 공식적인 입장도 아니었고, 사건을 둘러싼 여러 에피소드도 아니었습니다. 다 그려러니 지나갈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학생단체의 성명서는 그야말로 쓰나 마나한 이야기를 써 놓은 것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각 대표의 고심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만, 양쪽으로 편을 갈라놓고 그 둘을 적당히 화해시키려는 태도는 이도저도 아닐 뿐입니다.

우선은 이 일에 대해 관망자가 되겠다는 입장에 섰다는 점에서, 그리고 어줍잖은 화해를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요구랍시고 내놓은 글이 삐쳐서 서로 싸운 아이를 데려놓고 악수시키는 것도 아니고 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에 써붙인 ‘학생의 권리’를 주장할 만큼 그렇게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아니지요. 홍대 사건을 아시지요? 홍대 총학생회장이 내뱉어 주장한 것도 ‘학습권’을 운운한 말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두고 ‘학생의 권리’라고 한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그저 아무런 고민 없이 우리가 ‘학생 대표’니까 우리 말을 들어달라는 수준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른바 ‘대표’의 말을 들을 것인지요?

이 지경이 된 이상 ‘학생 대표’들이 바라는 대로 적당한 봉합은 요원한 일이 되었습니다. 자, 그래 다음 수순은 뭡니까? 정확한 입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혹자는 이 것을 두고 교수와 학교측의 줄다리기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만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학교 상황을 정확히 모르지만 그 동안 학교에서 먹은 짬밥을 생각하면 학교와 줄다리기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장렬하게 패배할 것을 각오하고 싸우거나 아니면 꿇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학교가, 총장이, 이사회가, 보직 교수들이 마음 먹고 진행한 일 치고 어그러진 일이 있던가요? 적어도 제 머릿 속에서는 생각나지 않습니다. 줄다리기는 커녕 한쪽의 일방적인 패배가 불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줄다리기라뇨? 어줍잖게 화해하라니요??

자. 그래 입장이 뭡니까? 그 입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떻게 할 것입니까? 이쪽이냐 저쪽이냐 무엇을 선택할지 결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차라리 이런 상황에서는 학생 대표의 움직임을 기대하기 보다는 자발적인 학생들의 모임이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마 조용한 학교에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조직을 꾸리고 성명서를 쓰고 담당자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 다면, 횡수의 소동, 시끄러운 사건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3.

기억… 혹시 이 일이 정치적 입장과 관련 있는 듯하여 꺼려지는 학우들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MB집권 이후 학교의 소식을 들으면 결코 ‘정치적 장’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말은 집어 치더라도, 그런 이야기를 입에 올렸다는 이유로 이사장이 학생을 불러 지도하고, 대자보를 교수 TA가 대자보를 찢는 상황입니다.학교 밖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불필요한 소리를 지껄였다는 이유로 수 시간 검경의 조사를 받는 시대가 지금입니다. 오히려 검경이 하지 못하는 감시자 역할을 교수가 학부모가 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그것 뿐인가요? 얼마전에는 선생님 몇분이 그것도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되었습니다. 글세요. 재학생 학우님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10년을 넘게 지켜본 저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윤상현 선생님 한분의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좀 전에 올라온 김재홍, 송성규 선생님이 동참을 호소하는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 신문 기사를 찾아보니 2006년 이후 총장 직권으로 징계가 더 수월하게 바뀌었더군요. 다 예고된 수순이었던 셈입니다. 졸업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바뀐 것이 없다고. 도대체 무엇이 바뀌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그것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의사가, 교수들의 권익이 합리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기관이나 제도가 부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사태는 나빠졌습니다. 총장 일인의 권력과 권한은 강화되었고 그에 비해 다른 조건들은 계속해서 불합리한 상태로 몰려지게 된 것입니다.

이 일 뒤에도 이 문제를 깊이 숙고하지 않으면 비슷한 사건은 다시 일어납니다. 저 때요? 졸업생은 기억하는 ‘나단’이라는 선지자(?!)가 있습니다. 독설도 심했고 퍼포먼스도 지대로였습니다. 한번은 학교가 죽었다며 채플 앞에서 상복을 입고 절을 했더랬죠. 그래도 그가 어디 불려가서 쪼인트 먹었다던가 아니면 졸업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는 못했습니다.그러나 지금 몇몇 학우들이 이 일이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이것을 문제 삼을 경우 졸업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은 못내 가슴이 아픈 부분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물쭈물 하다가는 막장테크를 타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도 학생 신문을 학교측에서 수거하는 일도 있었고 붙여놓은 대자보를 떼버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웃지 못할 일이, 그래서 대자보를 뗄 수 없도록 본관 1층 로비에 높이 붙여놓았었죠. 그래도 그 때는 교수가 떼지 않았습니다. 직원을 시켜 조용히 처리하려 했죠. 대자보에 연서했다는 이유로 글을 썼다는 이유로 저도 어디 불려가본 일이 없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죠. 선배들이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고작하는 일이 대자보나 쓰고 토론이나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싸워야 할 때입니다. 잘 알지 않습니까. 가만히 있으면 여러분이 사랑하는 수업과 선생님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가만히 있으면 그저 구경꾼에 불과하다는 것을.

4.

지금 여기서 직접적으로 싸우지 못하면서 훈수나 두고 있는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응원이나 제대로 해야 할텐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이 지금 현실이지요. 어떻게 도울 길이 마련되지 않을까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그러면서 하나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여러분의 싸움의 경험이 나중에 그저 학교에서의 사건으로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간단히 제 이야기를 좀 하려합니다. 결혼한 제 와이프는 2008년 촛불 집회에 나갔다가 밤에 잡혀서는 벌금 250만원을 물게 되었습니다. 검사의 기소에 문제 제기를 해서 재판을 진행중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똑같이 고생한 친구도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본보기를 제대로 때려주겠다는 말입니다. 혼쭐을 내어서는 다시는 대들지 못하겠다는 거지요.

얼마전에 연구실 동료(제가 있는 <수유너머 R>)가 거리에 낙서를 한 혐의로 잡혀갔습니다. 검사가 구속수사까지 하려다가 풀려났지만 며칠전 불구속 기소처분을 받았습니다. 옆에 있던 동료도 함께 불구속 기소를 당했습니다. 그 유명한 쥐벽서 사건입니다. 그래요, 국가 행사로 떵떵이는 그 잔치에 몹쓸 짓을 했다고 기소당한 상황입니다. 저도 전화로 검사에 취조를 당했습니다. 왜냐구요? 쥐벽서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 장본인이 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배운 것은 싸울 수 있을 때 싸워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불합리한 세상에서 전장으로 불려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구경꾼조차도 싸움터에서 구경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싸워야 합니다. 그것도 강렬하게. 사회에 있는 제가 보기엔 위에 열거한 일이나 지금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아야 한다니요? 그게 학교의 이미지에 무슨 상관이랍니까? 너도나도 권력의 딸랑이가 되는 상황에서 학교도 몸빠지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는 거지요. 그렇게 된 뒤에는 어떻게 된답니까? 학교에서 정치적인 이야기는 자취를 감출 것입니다. 학생들은 수업이나 하라고 교수에게 독촉하겠지요. 학원과 다를 것이 뭐랍니까?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교수란 ‘자기 앎-삶을 고백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고백은 도무지 들을 수 없겠지요. 그냥 교수라 하지 말고 강사라고 하세요. 묻습니다. 나중에 여러분의 동료가, 식구가 직장에서 사회에서 비슷한 이유로 피해를 봤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금 이야기하지 못한 것을 나중에는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아니 똑같은 반복일 수 있습니다. 지금-여기가 여러분 싸움의 최전선입니다.

5.

끝마치며 두서없는 글이 길어졌습니다. 짧은 소회를 담으려 하다 쓸데 없이 오버하기도 했고, 불필요한 이야기를 덥썩 넣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일을 지켜보며 한편의 기사를 쓸 예정입니다. 제가 편집자로 참여하는 한 웹진에 올리려구요. 학교 이야기는 많이 들어가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마시길. 작성되는대로 여기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일을 보며 한가지 씁쓸한 마음을 밝히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2000년 제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교에서는 노조문제가 큰 이슈였습니다. 노조원들이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고 일부는 텐트에서 단식농성을 하기도했지요. 지금도 그 사건의 전반적인 문제를 잘 모릅니다. 기억이 안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학생들은 대단히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노동자’였기에 그랬겠지요. 홍대 사건과 학교의 이 사건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이 사건의 교훈에서 학우들은 나중에 누구를 위해 누구와 함께 싸울 것인지요. 여러분이 사랑하는 스승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일은 좋은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윤 선생님을 잘 모르지만, 수업을 들은 적도 없지만 그 온화한 미소와 따듯한 목소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학우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앞선 여러 사건, 예를 들어 노조파업, 교수 재임용 문제 등에서 아무런 목소리가 없었다가 이제서야 크게 터진다는 데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자를 위해 나서는 것이 죄는 아닙니다만, 사랑이란 내가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까지,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까지 끌어안는 것이 아니던가요? 앞으로 학교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똑같은 마음이기를 빕니다. 덧붙여 학교에 있으면서 열심히 공부하시고 치열하게 고민하시길 빕니다. 스팩 쌓아봐야 말짱 도루묵이라고 많은 선배들이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학/석/박사 학위가 그다지 삶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도요. 중요한 것은 학교에 있는 동안 좋은 스승들 밑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동료들과 멋진 꿈을 꾸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비록 그것이 몽상이라도.

학교를 생각하면 푸른 하늘과 넖은 잔디밭이 생각나는 건 그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상이 지나쳤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누가 천행인天行人(Luke Skywalker)님의 글을 빌어 매듭짓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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