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선농인문학서당 기획

우연한 기회에 서울사대부고에서 고전을 강의하게 되었습니다. 두 해, 학기로 따지면 세 학기를 강의했네요. 첫 해에는 <논어>를, 둘째 해에는 한 해동안 <사기본기>와 <사기열전>을 읽었습니다. 줄곧 학교밖 청소년을 만나다가 학교 안 청소년들을 만나니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 – 고등학생의 삶을 더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어요. 올해에도 다시 강의를 맡게 되었습니다. (다행!) 사실 작년을 마무리하며 … Read more

고전학당 강의계획

어릴 적 우리 집 가계를 보면서 ‘꾸역꾸역 잘 살아간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빚쟁이도 당해보고, 부도니 하는 말도 자주 듣다보니 아무렇지 않더군요. 그러면서도 근근이 살아가는 게 신기하더니 제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 작년 1년 책방 살림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기쁜 건 2015년보다는 조금 나아졌기 때문이고, 헛웃음이 나온 건 대체 이걸 가지고 어떻게 살았나 … Read more

SF 소설 읽기 1강_ 로봇, 생각하는 기계

흔히 로봇이라고 하면 ‘인간을 닮은 기계’를 떠올리지만 본래 의미는 이와는 다르다. 잘 알려져있듯 ‘로봇’은 체코어로 노동을 뜻하는 ‘robota’가 어원이다. 즉,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기계가 로봇이다. 여기서 인간 노동이란 주로 공장 노동자의 일을 가리킨다. 공장에 들어있는 수 많은 로봇 팔 등을 떠올리면 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 정밀하고 정확한 일에 로봇이 쓰인다. 그러나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아이, … Read more

나를 위해 공부하라 – 에서 말하는 배움

1. 공부, 이 낡은 말에 대하여 ‘나를 위해 공부하라’라는 제목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저 말이 좋아 강의를 듣겠다고 오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일부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리고 소수만이 ‘공부’에 관심이 있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는 오늘 ‘공부’에 그다지 도움이 될 만한 … Read more

《사기史記》 불후의 문장, 불굴의 삶 2강_ 충신도 씻겨가는 세상이라

1. 서막: 삼년을 울지 않는 새 <사기열전>의 여러 편 가운데 <오자서열전>은 이야깃 거리가 풍부하다. 하나의 비극적인 이야기로도 꽤 훌륭한 작품이지만 그 인물과 얽힌 주변 인물과 사건까지 종합하면 거대서사를 이룬다. <오자서열전>은 오자서의 가계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 시작한다. 伍子胥者 楚人也 名員 員父曰伍奢 員兄曰伍尚 其先曰伍舉 以直諫事楚莊王 有顯 故其後世有名於楚 초장왕은 춘추오패春秋五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패霸란 강력한 … Read more

노자의 맨 얼굴

우리실험자들 열린강좌에서 발표한 강의안을 조금 다듬었습니다. 1. <노자>는 누구의 글인가? <노자> 혹은 <도덕경>이라 불리는 책은 흔히 노자의 저작으로 여겨진다. <노자> 번역서를 보아도 노자는 당당히 저자의 자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일찍이 펑유란은 모든 제자백가서는 특정 인물을 추종하는 학파나 무리의 저작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맹자>는 맹자 본인의 저작이 아니며, 맹자를 따르던 제자, … Read more

《노자》, 그 은밀한 권력의 기술

1. 천하통일天下統一 맹자는 중국 역사를 일치일란一治一亂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한번 제대로 다스려진 평화로운 시대가 열린다면(一治) 이어서 다시 혼란스러운 시대(一亂)가 열린다는 것입니다. 역사란 치세治世와 난세亂世가 교차는 현장입니다. 치세란 안정된 왕조가 등장하여 천하를 지배한 시대를 가리킵니다. 반대로 난세란 천하가 이리저리 찢겨 다양한 나라가 등장해 서로 힘을 겨루던 시대를 말합니다. 이 일치일란의 사이클 때문에 중국 역사는 매우 복잡하게 전개됩니다. … Read more

쇼미더무비 1강 – , 지옥에서 읽는 시

  지옥 – 헬튼과 헬조선 사이 영화를 보며 ‘헬튼’이라는 말에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학교를 조롱하며 내뱉는 저 말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지옥불반도’. 아마 2015년을 장식한 수 많은 말 가운데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말일 것이다. 누군가는 2015년을 ‘헬조서니즘’의 탄생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하긴 신문과 잡지, 언론, 정치인의 입에까지 이 … Read more

《사기史記》 불후의 문장, 불굴의 삶 1강_ 대체 하늘의 도는 어디에 있는가?

1. 기전체紀傳體 : 역사의 날줄과 씨줄 <십팔사략>이라는 책이 있다. 불경스런(?) 이 제목의 책은 본디 원대元代에 편집된 책으로 당대까지의 중국 역사를 축약한 책이다. 총 18개의 역사서를 줄였다고 제목을 <십팔사략>이라 붙였다. 이 가운데 가장 처음에 오는 책이 바로 사마천의 <사기>이다. 물론 이후에도 중국의 역사는 계속 이어졌다. 통상적으로는 청의 건륭제 때 확정된 24사史를 중국의 정사로 본다. 그런데 24사 … Read more

주희의 《논어》 읽기 #6 – 〈술이〉, 〈태백〉

인仁, 만물을 한몸으로 여기는 마음 공자가 인을 어떻게 규정했든 간에 주희에게 인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그는 인에는 조금이라도 사욕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런 입장에서는 인은 매우 정태적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천리와 합일함을 강조할 수록 인은 정감적인 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옹야편 마지막 문장의 주석에서 언급된 인에 대한 설명을 …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