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공자에 관한 책 추천

서점을 찾아보면 공자에 관한 책은 언제나 차고 넘칩니다. 매년 새로운 책이 발간되지요. 현재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논어> 번역서만 하더라도 수십 가지가 넘습니다. 여기에 해설서, 관련된 책까지 합하면 그 수는 엄청납니다. 너무 많아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이 많은 책 가운데 몇 권을 꼽는 일만 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 책들을 다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제가 읽어본 책들 가운데 공자의 삶과 그의 사상을 공부하는 데 적절한 책들을 꼽아보았습니다.

1. <역사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나카지마 아츠시 지음, 명진숙 옮김 / 다섯 수레

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나카지마 아츠시 지음, 명진숙 옮김, 이철수 그림, 신영복 추천.감역/다섯수레

공자의 삶에 대해 알아보려면 사마천의 <사기>에서 <공자세가>와 <중니제자열전>을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그 방대한 <사기> 속에서 공자와 그의 제자들을 다룬 두 편의 글을 찾아 읽기란 참 번거로운 일이지요. 물론 능력이 닿는 분들은 <사기>에서 직접 찾아 읽어보세요. 공자의 삶을 다룬 유명한 책으로 <공자가어>라는 책도 있습니다. 그러나 출판된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서점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네요. 도서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도 기회가 닿으면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여러 일로 짬이 나지 않는 분들은 <역사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이란 책을 권해 드립니다. 이 책은 나카지마 아츠시라는 사람이 중국의 고전을 이야기로 각색한 것을 묶은 책입니다. 총 4편이 실려 있는데 이 중에 ‘제자’라는 제목이 붙은 글이 공자와 그의 제자 ‘자로’를 다루었습니다. <논어>를 읽어보면 항상 말썽거리처럼 보이는 제자 자로. 그가 스승 공자를 어떻게 만나 평생 그를 따르는 삶을 살게 되었는지를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논어> 등에 기록된 공자의 말을 생동감있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2. <논어, 사람의 길을 묻다> 배병삼 / 사계절 출판사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사계절출판사

공자를 공부하는데 한 권의 책을 꼽으라면 당연히 <논어>일 것입니다. 그러나 <논어>라고 하면 지레 겁을 먹는 분들이 적지 않죠. 한문이라는 낯선 장벽 때문에 그렇습니다. 실제로 읽기 좋은 <논어> 해석본을 찾기가 참 힘듭니다. 때문에 <논어>는 한문을 잘 아시는 스승을 만나 여러 사람과 함께 강독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법입니다. 꾸준하게 공부한다면 생각보다는 쉽게 <논어>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직접 원문을 보고 공부하는 것이 최선이지겠만 그 차선책이 있다면 <논어>를 잘 설명한 책을 읽는 것이겠지요. 이 책은 <논어>의 20편 제목을 따라 편별로 주제를 정해서 <논어>의 문장들을 새로 배열하고 적절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논어>에서 말하는 핵심 주제와 함께 <논어>의 중요한 문장들을 함께 읽어볼 수 있습니다. 본래는 청소년들을 위해 쓰인 책이지만 <논어>를 공부하는 어른들에게도 재미있고 유익한 책입니다.

3. <유교의 뿌리를 찾아서> 김승혜 / 지식의 풍경

유교의 뿌리를 찾아서
김승혜 지음/지식의풍경

공자는 실존한 인물입니다. 그의 삶과 사상 역시 그가 살았던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과 맞물려 있습니다. 따라서 그가 살았던 춘추 시대를 공부하는 것도 공자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일입니다. 이 책은 유교의 뿌리 역할을 하는 세 명의 사상가와 그의 책(공자-<논어>, 맹자-<맹자>, 순자-<순자>)에 대한 책입니다. 오늘날 학계의 다양한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어떻게 고대 유가 사상을 해석할 수 있을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맹자와 순자까지 다루는 바람에 책이 많이 두껍지만 공자에 대한 부분이 절반을 차지하므로 완독하는 것도 좋습니다. 공자 이후에 공자의 사상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어서이죠. 더 전문적으로는 ‘<중국 고대사상의 세계> 벤자민 슈워츠, 나성 옮김 / 살림’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이 책은 춘추시대에 유가를 비롯하여 묵가, 도가 등의 사상이 어떻게 등장하여 저마다 다른 형태로 발전하였는지 보여주는 책입니다. 서양 사람이 쓴 책이라고 해서 동양 사상의 정수를 빼놓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날카로운 시선 덕택에 더 객관적으로 공자와 그의 사상을 살펴볼 수 있죠. 더불어 ‘<공자 - 인간 신화> H.G. 크릴, 이성규 옮김’도 추천합니다. 세상에 나온 지 벌써 반세기가 넘은 이 책은 이미 공자 연구에 대한 고전이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자를 오늘날의 시각에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이정표가 된 책입니다.

091014_수요서당: 공자와 자공의 대화, 정지상의 <대동강>

공자 제자 가운데 자공子貢이라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말재주가 좋기로 유명했던 제자였지요. 그런데 자공은 말재주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재물을 늘리는데도 뛰어났습니다. 그래서 사마천의 <사기열전: 화식열전>에도 기록되어 있지요. 화식열전은 '화식貨殖'이란 재물을 늘인다는 뜻으로 화식 열전은 재물을 엄청나게 모았던 부자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답니다. 요즘 말로 옮기면 재벌열전 정도가 될까요? 이번 주엔 이 자공과 공자의 대화를 배웠답니다.

子貢曰 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
자공왈 빈이무첨 부이무교 하여

子曰 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
자왈 가야 미약빈이락 부이호례자야

子貢曰 詩云如切如磋 如琢如磨 其斯之謂與
자공왈 시운여절여차 여탁여마 기사지위여

子曰 賜也 始可與言詩已矣 告諸往而知來者
자왈 사야 시가여언시이의 고저왕이지래자

자공이 물었다.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면서도 교만하지 않다면 어떻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괜찮기는 하지만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며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지.
자공이 물었다. 시에 '잘라놓은 듯, 다듬어 놓은듯하다. 쪼아놓은듯, 갈아놓은듯하다.'라고한 것이 그런 뜻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자공(賜)1아 비로소 너와 함께 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지나간 것을 이야기해주니 새로운 것을 아는구나!

아마 자공은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면도 교만하지 않는다면 꽤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가봅니다. 그러나 공자는 자공의 생각보다 더 훌륭한 사람에 대해 말해줍니다. 바로 가난하면서도 즐거움을 가지고 있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사람! 자공에게 바로 그런 사람이 되라고 은근히 말해주는 셈이죠. 이에 자공은 시경의 한 구절을 가지고 와서 묻습니다. 바로 우리가 절차탁마切磋琢磨라고 아는 그 구절입니다. 마치 거친 상아나 옥을 다듬어 보석으로 만들듯 그렇게 자신을 다듬어 가라는 말씀인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이에 공자는 자공을 칭찬하지요.

멋진 자공과 멋진 공자의 대화가 아닐는지요!

고전시 시간에는 정지상의 대동강이라는 시를 배웠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공항이나 버스 터미널에서 이별을 맞지만 예전에는 강나루에서 이별을 맞이하고는 했지요. 정지상도 그런 이별의 공간으로 대동강을 말하고 있습니다. 눈물이 마르지 않는 슬픔을 대동강 푸른 물에 비유하고 있네요.

대동강大同江_ 정지상(?-1135)

雨歇長堤草色多 비 갠 긴 둑에 풀빛도 어여쁜데
送君南浦動悲歌 님 보내는 남포에서 슬픈 노래 부르네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 저 물은 언제나 마르려나
別淚年年添綠波 이별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 보태느니

이 시를 바탕으로 시를 지어보기로 했습니다. 각자 훌륭한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어진이는 북한산이 쓰레기로 망가지는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을, 정민이는 불타버린 남대문에 대한 슬픔을, 지민이는 공항에서 친구를 보낸 슬픔을 표현했네요.

훌륭한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

북한산_심어진

비 갠 북한산 절경도 어여쁜데
등산객은 몰래 쓰레기를 버리네
북한산 저 산은 언제쯤 푸르려나
사람들이 해마다 쓰레기를 버리느니

남대문_김정민

불탄 후 남대문 잿더미만 남았는데
그걸보는 국민들은 탄식만 하네
남대문 저 문은 언제쯤 복구되나
할아버지 한 분 때문에 국민들이 슬퍼하네

한강_한지민

맑은 하늘에 물빛도 어여쁜데
친구 보내는 공항에서 슬픈 노래 부르네
한강 저 물은 언제가 마르려나
이별 눈물 해마다 슬픈 눈물 보태느니


  1. 자공의 이름은 단목사端木賜였다. 성은 '단목', 이름은 '사'. 

신비의 책, <주역周易>

신비의 책, <주역周易>1

<주역>에 대한 몇 가지 논란

유가 경전을 흔히 사서삼경四書三經이라 부른다. 사서는 4권의 책, 즉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을 말한다. 삼경은 세 권의 경전으로 <시경>, <서경>, <역경>을 말한다. 이중에 가장 이질적인 텍스트는 <역경>이다. 흔히 <주역>2이라 불리는 이 책은 끊임없이 논란의 주인공이었다.

잘 알려져 있듯 <주역>은 점치는 책이다.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치는 이 책이 어떻게 유가 경전에 들어가게 된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공자는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초기 유가 경전가운데 <주역>이 빠져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예를 들어 모든 유가 경전이 불태워진 희대의 사건, 분서갱유焚書坑儒에서 <주역>은 살아남았다. 유가의 서적이 아닌, 이른바 실용서 - 농서, 의서, 점서 - 등은 살아남았는데 <주역>은 점서였기에 분서갱유의 화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가 경전의 중요한 텍스트 가운데 하나였다면 그 화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역>과 유가의 긴밀한 관계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공자가 말년에 <주역>을 연구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주에 붙어있는 해설서부분, <십익十翼>3이 공자의 저작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근거가 되는 것이 사마천<사기-중니세가>에 있다.

공자는 만년에 <역易>을 좋아하여 <단彖>, <계繫>, <상象>, <설괘說卦>, <문언文言> 편을 정리하였다. 그는 죽간을 꿴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만큼 <역>을 무수히 읽었다. 그가 말하였다. “만약에 나에게 몇 년의 시간을 더 준다면 나는 <역>에 대해서는 그 문사文辭와 의리에 다 통달할 수 있을 것이다.”4

이른바 위편삼절韋編三絶의 고사가 여기에서 나왔다. 사마천이 인용하기도 했지만 이 근거가 되는 중요한 문장이 <논어-술이편>에 기록되어 있다.

子曰 加我數年 五十而學易 可以無大過矣
자왈 가아수년 오십이학역 가이무대과의

직역하면 이렇다. “공자가 말했다. 나에게 몇 년이 더 있어서 오십 세에 <역易>을 배운다면 큰 잘못이 없을 수 있을 것이다.” 공자가 <역>을 공부했다는 이 문장은 후대에 끊임없는 논란을 낳았다. 사실 이 문장은 사마천의 위 서술과도 부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마천은 공자가 노나라로 돌아온 말년에 <역>을 공부했다고 서술해놓았기 때문이다. 이때 이미 공자는 60이 넘어 70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까닭에 주희는 이 문장의 ‘오십五十’이 ‘졸卒’의 오자라고 본다. 이렇게 되면 이 부분의 해석은 ‘나에게 몇 년이 더 있어서 마침내 <역>을 배운다면...’이 된다.

사마천이나 주희 등의 관점을 따른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십익> 가운데 사마천은 「서괘전」과 「잡괘전」을 빠뜨려놓고 이야기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십익> 가운데 공자의 말이라고 전해지는 ‘子曰~’로 시작하는 문장들을 살펴보면 <논어> 등에 그려진 공자의 사유와 비교할 때 일치하기 보다는 어긋나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늘날에는 <주역>은 공자 사후, 훨씬 후대에 정리된 것으로 본다. 대체로 <역경>은 공자시대에 이미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하며 <십익>은 춘추시대와 한대 중기까지 긴 시간을 걸쳐 엮였을 것으로 본다. 현재 우리가 보는 <주역>의 형태는 한대에 이르러 완성되었으니 그 이전의 형태가 어땠을지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주역>의 의미와 점치는 법

<주역>의 뜻을 살펴보면 ‘주周’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두루 미치어 갖추지 않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주대周代’, 즉 주나라의 점서였다는 말이다. ‘역’에는 보다 많은 뜻이 있다. 우선 글자에서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역’은 상형문자로 자신의 피부 색깔을 수시로 바꾸는 도마뱀을 본뜬 글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른 해석으로는 음양을 말하는 역의 특성을 따라 양을 뜻하는 ‘日’과 음을 뜻하는 ‘月’이 합한 글자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의미에서 보면 ‘易’은 쉽다, 변화한다는 뜻을 갖고 있기에 크게 네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 간이簡易. 다른 점술, 특히 거북점과 달리 <주역>의 시초점은 누구나 쉽게 점을 칠 수 있으므로 점치지 쉽다는 의미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실제로 50개의 줄기만 있다면 누구나 주역점을 칠 수 있다. 물론 해석의 문제가 남기는 하지만. 둘째, 변역變易의 의미. 괘의 모양을 얻었다 하더라도 이 괘는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주역>의 가장 중요한 원리 가운데 하나는 물극필반物極必反, 사물이 극한에 다다르면 반드시 반대로 돌아온다는 원리인데 이것 역시 변역의 원리를 잘 나타낸 말이다. 셋째, 불역不易의 의미. 주역은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을 말하지만 그 변화 속에 변하지 않는 어떤 원리성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모든 사물이 변한다는 원칙 이것은 바꿀 수 없는 불변의 원리성이다. 넷째, 교역交易의 의미. <주역>의 변화 원리는 음과 양이 번갈아 서로 바뀐다는 것이다. 음과 양이 서로 바뀌는 것이 주역의 중요한 원리라는 말이다.

주역은 기본적으로 음양 두 효에서 시작한다. 음효와 양효가 셋으로 포개어져 팔괘八卦가 된다. 팔괘는 건乾☰, 곤坤☷, 진震☳, 손巽☴, 감坎☵, 리離☲, 간艮☶, 태兌☱, 을 말한다. 이 팔괘가 포개어져 64괘를 만드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팔괘는 자연 사물을 형상화한 것이다. 건괘는 하늘을, 곤괘는 땅을, 진괘는 우레를, 손괘는 바람을, 감괘는 물을, 리괘는 불을, 간괘는 산을, 태괘는 못을 형상화했다고 말한다. 64괘의 이름은 똑같은 괘를 포개어둔 경우는 똑같이 그 괘의 이름을 부른다. 예를 들어 건괘의 경우엔 상하괘가 모두 건괘이다. 상하괘의 의미를 참고하여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지산겸地山謙이 있다. 아래는 산을 뜻하는 간괘가 위에는 땅을 뜻하는 곤이 포개진 괘로 땅 아래 산이 있는 형상을 뜻한다. 반대로 괘의 형상과 괘의 이름에 어떤 상관성을 찾기 힘든 경우도 있다.

주역점은 50개의 시초를 가지고 몇 번의 과정을 거쳐 6, 7, 8, 9의 숫자를 얻어내어 이것으로 점을 친다. 기본적으로 짝수는 음효를 홀수는 양효를 뜻한다. 따라서 9나 7이 되면 양효를 하나 긋고, 6과 8을 얻으면 음효를 하나 긋는다. 이렇게 여섯 개의 숫자를 얻게 되면 하나의 괘를 완성하게 된다. 그런데 9, 6은 노음老陰, 노양老陽이라 하여 각각 양과 음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을 변효變爻로 잡는데 이것이 주역점이 복잡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대체로 본괘本卦와 이것이 변한 지괘之卦를 가지고 점을 치는데 변효의 숫자에 따라 어떻게 점을 치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도 여러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일단 50개의 시초가 있으면 괘를 하나 얻어내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계사전」에 실린 점치는 법은 다음과 같다.

대연大衍의 수는 50이다. 그 가운데 사용되는 수는 49이다. 이것을 둘로 나누는 것은 양의兩儀를 상징하는 것이고, 그 둘의 한 곳에서 하나의 수를 빼어 이것을 걸어 셋으로 하는 것은 삼재三才를 상징하는 것이며, 이것을 넷씩 세어서 나누는 것은 사시四時를 상징하는 것이고, 남은 수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는 것은 윤閏달을 상징하는 것이다. 5년에 윤달이 두 번 있기 때문에 두 번 손가락에 남은 수를 낀 다음 괘를 이루게 된다. ...... 그렇기 때문에 네 차례 수를 운영運營하여 역易을 이루고, 열여덟 차례의 변화를 거쳐서 괘를 이루게 된다. 5

<주역>과 오행의 결합

오늘날 흔히 <주역>을 하면 사주명리학을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이 둘의 근원은 서로 다른 데에서 출발하고 있다. 학파의 분류를 따른다면 <주역>은 음양가陰陽家의 저작인 반면 명리학은 오행가五行家를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대에 오면 이 둘이 서로 합쳐져 다양한 결과물들을 내어놓는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괘기설卦氣說이다. 괘기설은 음양의 변화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이다.

[img_assist|nid=315|title=주역의 괘기설|desc=|link=popup|align=center|width=492|height=527]

복괘復卦는 이 괘기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괘이다. 동지는 일 년 가운데 가장 밤이 긴 날이다. 괘기설에서는 밤이 음의 힘을 나타낸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인 동시에 낮이 점차 길어지는 날이기도 하다. 때문에 복괘에는 가장 아래에 양효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천지의 기운이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이 바로 복괘에서 말하는 동지라고 보았던 것이다. 때문에 전통적으로 이 동지에 군주는 몸가짐을 조심하고 성문의 출입을 단속하는 등 몸가짐을 조심히 해야 할 때라고 보았다.

이 괘기설은 이후에 크게 발달하여 복잡한 체계를 이룬다. 60갑자와 괘를 이으려고 하는 노력이 있는가 하면 360일에 64괘를 배당하려하기도 한다. 역사상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기울였지만 통일된 체계로 완성하지는 못했다.

주역해석의 큰 흐름들

<주역>에 관한 연구는 수천년에 걸쳐 다양한 사람들이 노력을 기울인 만큼 그 양이 꽤나 방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역> 연구를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괘의 형상과 숫자의 상관관계에 주목한 상수학파가 있으며 다른 하나는 그것과 달리 의미 해석에 중점을 둔 의리학파가 있다. 상수학파는 주로 한대에 발전했다. 위에서 언급한 괘기설이 크게 발달한 것도 이때였다. 한대 상수학에 가장 유명한 인물은 경방과 우번 등이다. 한대의 상수학은 한대에 유행했던 도가적 경향과 맞물려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였다.

말에 이르러 왕필이라는 천재가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의리역의 대표적인 학자이다. 오늘날에도 왕필의 주역주를 많이 참고하고 있다. 당의 공영달은 <주역정의>를 지으며 왕필과 한강백의 주역주를 참고하였다. 왕필은 역의 모양에 주목했던 상수학자들과 달리 그 의미의 해석에 주목하였다. 이 뒤를 잇는 것이 이후 북송대의 정이와 주희이다.

그렇다고 해서 왕필이후 상수역의 전통이 맥이 끊긴 것은 아니다. 상수역은 이후에도 다양한 형태로 발달하는데 이는 당시 발달하였던 다양한 형태의 과학적 지식을 포괄하는 것이었다. 주희는 왕필의 의리역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주역>의 점서로서의 가치를 재확인하여 다양한 역학의 관점을 흡수하였다. 상수학의 요소도 흡수하였음은 물론이다.

주희에 이르러 이렇게 다양한 관점들이 종합되는 것은 역학발전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역학이 중국 사유 가운데 우주론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 통일적인 관점으로 세계를 해석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대에 올수록 거대한 체계로서 정리되게 된다. 펑유란의 말처럼 일종의 과학의 역할을 역학이 담당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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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년 10월 6일 수유 너머 구로 <중국 철학사를 읽자!!> 발제문 

  2. 엄밀하게 말한다면 <주역>은 <역경>과 <역전>을 합해서 말하는 것이다. 

  3. 익翼은 새의 날개를 의미하는 말로 <역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라는 뜻이다. <역전易傳>이라고도 부른다. <단사상전彖辭上傳>, <단사하전彖辭下傳>, <상사상전象辭上傳>, <상사하전象辭下傳>, <문언전文言傳>, <계사상전繫辭上傳>, <계사하전繫辭下傳>, <설괘전說卦傳>, <서괘전序卦傳>, <잡괘전雜卦傳> 

  4. <사기세가 하>, 정범진외 옮김, 까치. 448쪽. 

  5. <주역사전>, 주백곤지음, 예문서원.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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