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해방촌의 겨울은 춥다. 창문 틈으로 으르렁거리는 바람 소리를 들으면 언제 봄이 오는가 싶다.

겨울을 지내며, 봄이 오면 동네가 또 달라지겠거니 생각했다. 몇몇 가게는 사라질 것이며, 누가 어느 건물의 주인이 되었네 하는 이야기가 들리겠지.

지난 주, 아침에 아이를 학교를 보내고 딱 9시가 되니 드릴 소리가 귀를 때리더라. 며칠 전 이사간 집을 크게 공사하는 가 보다.

시끄럽다고 탓할 게 뭐 있나. 한 집 걸러 한 집 공사중인데. 그저 사람사는 조용한 골목에 지난 가을 카페와 공방이 생겼다. 그 이웃 건물은 또 누가 샀는지 통째로 공사를 진행하더라. 창문 너머로 마네킹이 보인다. 그 맞은 편 건물도 멀쩡한 창문을 다 떼어내고 한창 공사중이다.

해방촌 오거리에 이르니 오거리 입구부터 드릴 소리가 울린다. 또 어디를 공사하려는지. 책방 맞은편 건물 공사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을까.

아뿔싸. 책방 바로 위층 공사라니! 지난 봄에는 이웃 철든 책방의 드릴 소리로 한동안 시끄러웠는데 이번엔 바로 머리 위에서, 아니 그 커다란 드릴 소리는 천정에서 바닥까지, 내 피부에 스며든다. 온 몸으로 드릴의 리듬을 체험중.

뭐 어쩔 수 있나. 하루 이틀 지나면 나아지겠지 생각해야지. 건물주가 건물을 고치겠다는 데 할 수 있는 게 뭐 있나.

그러나 문득 가슴 한켠이 무겁다. 저렇게 공사를 하고 나면 또 집값은 오르겠지. 봄이 되면 또 동네가 달라질 것이다. 몇몇 가게는 또 사라질 것이며, 누가 어느 건물의 주인이 되었네 하는 이야기가 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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