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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밤

좋은 버릇인지 나쁜 버릇인지, 비슷한 시간에 글을 쓰고 잠자리에 든다. 어떤 일상을 살았던 비슷한 시간에 글이 쓰인다. 비슷한 분량으로… 다음 날을 위해 잠자리에 들어야만 하는 그 시간, 더 수면 시간을 갉아먹을 수 없는 그때까지 글을 쓰고 잠자리에 든다.
아마 일찍 쓰기 시작했더라면 더 많은 분량을, 적어도 더 치밀하게 … 아니면 일찍 잠들기라도 했을 테다. 그런데도 비슷한 시간에 비슷하게 쓰고 있다. 거꾸로 생각하면 그나마 이렇게 마감(!)을 반걸음쯤 앞두고라도 시작해서 코앞에 끝내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 보면 내가 쓰는 글이란 대부분 유려한 글은 아니다. 옛글을 추려내어 정리하고 맥을 잡는 글, ‘글’이라기 보다는 발제문이나 강의안을 여전히 써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글’이라 할 만한 게 가끔 내리치는 날이 있지 않나 싶은데…
모르겠다. 얼마전부터 글쓰기란 ‘소멸에 대한 저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고 있다. 내 존재가 지워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하는. 삶의 끝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으면서 찾아본 글쓰기의 이유라고나 할까.
이렇게 생각하면 무서운 진실이 떠오르는 것이다. “쓰지 않으면 소멸할 것이다”라는. 문득 누군가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가라’라 말했지만 예수는 흙바닥에 무언가를 ‘썼다’는 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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