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옹달

나이가 들어 예봉이 꺾이는 것인지 아니면 너그러워지는 건지 모르겠다. 매년 선생으로서의 지랄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좋게 말하면 사람이 둥글둥글 부드러워지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예전같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래저래 선생질을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른바 ‘교실을 만드는 능력’ 가운데 하나는 의무를 부과하는 기술에 달려 있다 생각한다. 교육이란 100% 자율에서 나오기 힘들다는 생각. 어쩌면 이는 중고등학생을 주로 만났고, 게다가 ‘고전’이라는 지독히도 따분한 분야를 다루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전을 사랑하는 청소년이라니!! 얼마나 낯선 만남인가!!

성실함과 치밀함, 텍스트를 생생하게 만나는 공간을 창출하는 힘. 이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긴장이 필요하다. 좀 오버해서 말하면 예술적인 긴장감. 이게 없으면 강요하게 되고, 윽박지르게 된다. 오늘날 교실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이를 모두 상벌점으로 해결한다는 점.

고등학교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는데, 벌써 1학기 절반이 넘었다. 그런데 과제 제출이 형편없다. 안다. 책도 어렵고, 글쓰기도 힘들다. 시간도 없고 학교의 여러 일로 지친다. 어떻게야 할까? 일단은 다시 긴장도를 높여보기로 했다. 경고장을 날렸으니 어떻게 되는지는 지켜보아야지.

이럴 때 불붙는 것이 ‘클래스의 고결함’에 대한 쓸데 없는 집착이다. 의무감에 서로가 무의미하게 피곤한 자리가 되지 않으려면 누군가 물고 늘어져야 한다. 그래도 이 책이 중요하다고. 이 말이 의미 있다고. 피곤한 저녁 그래도 이 책을 다 함께 물고 늘어져보자고. 이빨이 나갈 때까지 질겅질겅 씹어보자고. 설사 소화가 채 안되고 텍스트는 여전히 견고하며, 아무 맛도 모르겠고, 턱만 아프다 할지라도.

여튼 지랄이다. 지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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