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 근황

귀울음, 이명은 좀 나아졌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귀가 울리기는 하지만 이전처럼 머리까지 울리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해결해 준 것인지 아니면 좀 나아진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진찰결과는 왼쪽 귀의 저음 청력이 떨어졌답니다. 신경이 망가진 것인지, 아니면 감기 같은 증상 때문에 일시적인지는 알 수 없답니다. 다만 스트레스를 덜 받고, 많이 쉬랍니다. 병원을 몇 군데 다녔는데 똑같은 말입니다.

보통 이명은 삐- 하는 소리가 나는, 고음 청력의 문제가 생기는 거라지만 저는 저음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마치 동굴에 있는 듯 가끔 귀에 기이한 저음이 울립니다. 해결이 안 되면 갖고 살아야 한다는데 또 나름 희망찬(?) 해결 방안도 없지는 않답니다. 왼쪽 귀의 저음 청력이 떨어져 그런 것이므로 오른쪽 귀의 저음 청력이 떨어지면 괜찮을 수 있답니다. ㅡ”ㅡ

이래저래 찾아보니 ‘중년의 병’이라 누가 말하더군요. 이제 타고난 에너지는 다 썼으니 보신하며 살라고 합니다. 한방에서는 허기虛氣, 쉽게 말하면 에너지가 바닥났다는 표시랍니다. 좋은 시절은 다 갔습니다.

몸도 몸이지만, 요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페이스북을 잘 하지 못합니다. 공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처음에 갈등도 많았습니다. 제 성정과 맞지 않는 일이라 좀 힘든 구석도 있었어요. 일종의 ‘떼인돈 받아드립니다’류의 일이라…

그래도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주어진 과정을 처리하니 수월한가 싶던데, 그쪽도 그쪽 사정이 있어 점점 부가되는 책임도 크고, 고민해야 할 일도 있고, 사람을 응대하며 옥신각신하다보니 병이 도진 게 아닌가 돌아보기도 합니다. 못할 짓을 한다는 생각에 그만두어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으나, 그래도 적은 돈이나마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쉬이 놓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꾸역꾸역 하다보니 이제는 좀 틀이 잡혔는지 그럭저럭 할만합니다. 덕분에 새벽에 일어나 일을 하고, 아침 밥상도 차리고 …. 그러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당장 돈 되는 일만 하고, 내 공부, 내 작업을 못한다는 사실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은 건 아닌지 되물어 보고 있습니다. 물론 정직하게 말하면 일하는 그 시간이 100% 순도 높은 연구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일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게 불행한 건 사실입니다.

좋은 집안 출신도 아니고, 어디 묻어둔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훅 하고 불면 쓰러질 삶을 살면서 전업 연구자로 산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쩌면 선배들마냥 전업 연구자를 하겠다며 아둥바둥하던 길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적당한 타협을 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스스로 되물어 보고 있습니다. 얼마라도 내 시간과 노동을 팔아야 공부라는 내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현실을 자각해야 하는 게 아닐지요.

어찌되었건 근 한달을 지나는 동안 돈이 되는 일을 하고 여력이 남는대로 공부하자는 게 삶의 주요 지침이 되었습니다. 누군가 돈으로 자유를 살 수는 없으나 돈 없으면 자유를 팔아야 한다고 하던데… 마찬가지로 돈으로 공부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돈 없으면 제 시간과 몸을 팔아야 하는 건 자명한 현실인가 봅니다. 공부는 돈이 안 되므로… ;;;;

그래도 신기하게 강의하는 시간은 즐겁습니다. 강의 중간에도 제 혼자 아는 어지럼이건 귀울음이건 하는 따위를 경험하기는 하나 그래도 강의가 즐겁습니다. 그게 제 앎을 자랑하기 때문인지, 인정욕구를 채우기 때문인지, 혹은 무언가 다른 앎이나 경험을 체득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여튼 강의하는 시간이 좋습니다.

나름 이런 질풍노도의 폭열 속에서도 강의를 들은 사람의 반응이 좋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돈 못번다는 소리는 들어도 강의 못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은 게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돌아보면 연구자의 삶을 살아야지 했다가 연구자건 뭐건 지식인입네 하며 살겠다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근간에는 지식인입네 하는 생각보다 생활인으로서 제 자리를 찾는 듯합니다. 뭐 그렇다고 해도 지식으로 생활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건 여전히 숙제입니다.

어느날 식탁을 준비하면서, 밥상 차리는게 그나마 가장 자신 있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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