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후기 – 10월 27일 정선고등학교

정선이 어디더라… 이름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당최 어디 붙어 있는 곳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강원도의 지명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멀어 보았자 얼마나 멀겠냐는 생각에 마음을 느긋하게 놓고 있다 큰 코를 다치고 말았다. 오후에 강의라 오전 공부를 마치고 출발하면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웬걸! 도무지 그렇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더라. 결국 아침 공부를 갑작스럽게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리니 졸음이 솔솔 온다. 꾸뻑 졸고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길 위에 있다. 산을 옆으로 끼고 달리니 좀 가까워졌나 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정선 70km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길에는 가끔 해발 몇 백미터인지를 알리는 표지판도 보인다. 같은 강원도라지만 앞서 철원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번에도 직행이 아니다. 중간에 이곳저곳 멈추는 곳이 많다. 평창 터미널에서 버스 기사가 소리친다. 화장실 다녀오세요. 차 타면 바로 출발합니다. 시간 없으니 빨리 다녀오세요. 시간이 많이 늦었나보다. 그러고보니 출발할 때 공사중이니 다른 길로 간다고 이야기하더라.

정선에 도착한 시간은 예정보다 한참이나 늦었다. 예정대로면 1시간도 넘게 여유 시간이 있을테지만 겨우 30분 남짓 시간이 남았다. 바로 학교로 갈까 하다가 터미널 옆 식당에서 서둘러 점심을 먹었다. 밥도 먹지 않고 이야기를 하려면 힘들테니.

img_1875

2시 조금 조금 넘어 학교에 도착했는데 운동장에 학생들이 가득하다. 축제인가 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점심시간이란다. 중학교와 시간을 겹치면 안되어 점심 시간이 많이 늦단다. 도서관에 모인 얼굴들을 보니 진지한 모습이다. 그렇지만 딱딱하지 않아 다행이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데, 늘 그 시작이 쉽지는 않다. <논어>, 공자, 공부…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를 좀 생동감있는 언어로 나누고자 하는 게 목표인데, 그러려면 서로 마음을 열고 만나야 한다.

이야기를 들으니 책에서 재미있었다는 부분이 서로 엇갈린다. 누구는 루소를 이야기한 부분이 재미있었다고 하고, 누구는 카프카의 <변신>이 인상적이었단다. 하긴… 총 다섯 원고 가운데 공자의 <논어>는 별로 재미있는 편에 속하지는 않을테다. 그런데 어쩌나, <논어>를 주제로 만남이 이루어진 것을.

img_1876

강의를 마치고는 도서관에서 준비한 책갈피 만들기 시간이 있었다.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을 옮겨 쓰고 만들기로 했는데, <논어> 문장을 한문으로 쓰는 친구들이 제법 보인다. 나름 유의미한 시간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에서 책 선물을 준비했는데, 그 중에는 루쉰의 책도 있었다. 반가운 나머지 <들풀> 서문과 ‘개의 힐난’이라는 글을 뽑아 읽어주었다. 강의 때마다 이야기하는 말이지만 소리내어 읽는 것은 참 좋다. 여럿이 모여 소리내어 책을 읽어보라고도 이야기해주었다. 작은 모임이라도 만들고 생각을 나누면 더 즐거운 학교 생활이 되지 않을까?

강의를 마치고 서명을 부탁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한 친구는 책 구석에 그림을 그렸다. 제법 멋진 모습에 깜짝 놀랐다. 그림을 그리는 게 취미라고. 진로도 그쪽으로 생각한다고 하는데, 너무 잘 나온 거 같아 사진을 찍어 두었다.

img_1878

미화된 그림 ^^

정선을 좀 둘러보면 좋으려만 강의를 끝내고는 바로 돌아와야 한다. 5시 40분 쯤에 끝났는데 6시 20분에 막차가 있단다. 밖에 나와보니 벌써 해가 어둑어둑 지고 있다. 차를 타고 긴 시간을 와서 학교에서 강의만 하고 돌아가기에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터미널까지 한 20분 정도 걸은 것으로 만족해야지.

메일 보내기

아무 내용이나 상관 없어요. 메일을 보내주세요.

보내는 중입니다..
또는

로그인하세요.

계정 내용을 잊으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