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후기 – 10월 14일 철원중학교, 철원여자중학교

지난 10월 14일에는 철원에 다녀왔습니다. 철원이 그렇게 먼 곳인지는 몰랐어요. 한참을 자다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시골길을 달리고 있더군요. 둘러보니 38선을 넘어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었어요. 그렇게 북쪽으로 올라온 게 얼마만인지. ^^;;

아침에 버스에 내려 서둘러 학교로 향했습니다. 강남 터미널에서 8시 차를 타고 출발했는데 10시 20분 정도에 철원 동송터미널에 도착했어요. 30분에 강의가 시작하는데;;; 다행히 택시를 타고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곳이어서 강의에는 늦지 않았습니다. 깨끗하고 맑은 하늘에 넓은 운동장. 푸른 하늘처럼 새파란 운동장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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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장소는 커다란 강당 같은 곳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드는데 진땀이 날 정도였어요. 중학교 1학년 100여명이 모여들었습니다. 물어보니 1학년 전체가 모였다고 하더라구요. 기운넘치는 중학교 1학년 친구들과 <논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마 강의를 듣는 친구들은 별로 달갑지는 않았을 거예요. 책 제목, <나를 위해 공부하라>를 강의 제목으로 삼았으니 말입니다. 학교에서 공부하느라 힘든데, 다시 공부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니. 좀 다른 이야기를 하면 좋겠지만 인연이 된 책의 제목이 그러니 주제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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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떼고 보니 그래도 술술 이야기가 잘 진행되었어요. 그런데 강의를 진행하면서 긴장을 잠깐 풀었나봅니다. 한창 열을 올리며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어느새 공기가 무거워졌어요. 무언가 잘못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강의를 계속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중간에 선생님께서 개입하셔서 문제를 짚어 주셨어요. 한 50분이 넘어가면서 지쳐버린 것이지요. 쉬는 시간이 될 때가 되었는데…;;

쉬는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더 나누었습니다. 강의 중에도 이야기를 했지만 <논어>를 강의하면서 ‘공자왈 맹자왈’하는 ‘죽어버린 공자님의 말씀’으로 들리지 않았으면 했어요. 얼마나 의도대로 유익한 시간이었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간단히 질의 응답시간을 갖고 강의를 마쳤어요. 예정된 시간보다 한 10분 일찍 끝냈는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역시나 일찍 끝내는 게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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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점심을 먹고는 바로 철원여자중학교로 향했습니다.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분위기는 많이 달랐어요. 학교 건물이 새로 지은 것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학생들 때문인지 학교가 매우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서울에 있어서는 몰랐는데 물든 나무들이 가을 향기를 풍기고 있었어요.

학교 강의를 가면 한편으로는 구경꾼이 되기도 합니다. 학교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모든게 신기하게 보입니다. 시청각실에서 강의를 했는데, 입구 옆에 학생들의 미술 작품이 걸려 있었어요. 단아한 작품들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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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의는 철원교육도서관에서 자리를 마련해주었어요. 도서관 사서분께서 아침부터 일정을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분 말씀이 남학교 보다는 수월할 것이라고 하셨는데… 시작부터 아이들의 기세에 움찔했습니다. 제 이름이 ‘비투비’라는 아이돌 가수의 이름과 비슷하다며 예상치 못한 환호성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통에 적지않게 당황했어요.

준비한 강의 내용도 있고, 강의안도 나누어주었지만 막상 강의에서는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그런데 보통은 침묵이 돌아오곤 합니다만, 이 친구들은 아무 대답이나 마구 던지더라구요. 하도 많은 대답이 쏟아지는터라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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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10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했습니다. 학생들이 많으면 좀 힘든 부분이 있어요. 마이크라는 도구를 써야하기도 하고, 함께 자리한 학생들의 표정이나 반응을 다 볼 수 없기도 해요. 물론 산만해지는 면도 있습니다. 조금 적은 수와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도서관에서 버스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신다고 했지만 거절하고 일부러 걸었어요. 생각해보니 철원에 왔다지만 철원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기는 커녕, 공기를 마음껏 마셔볼 시간도 없었어요. 가을 햇볕을 받으며 터미널까지 걸어왔는데 고작 10분정도 걸었습니다. 작고 아담한 집에서 느긋한 시골의 느낌이 들었어요.

터미널에서 버스 표를 끊고 손바닥만한 읍내를 잠깐 돌아다녔습니다. 터미널 맞은편에 시장이 있었는데 크게 볼만한 건 없었어요. 철원하면 군대를 떠올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가는 길에 군인이 많았습니다. 터미널에도 군인 물품을 파는 곳이 바로 붙어 있네요. 고작 10명 남짓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에 매점도 없이 국방색 물건으로 가득한 모습이란.

금방 하루가 지났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더 오래 걸렸어요. 주말이라 차가 더 밀렸는가 봅니다. 도착하니 이른 아침 한산한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의  터미널이네요. 오랜만의 먼 길에 조금은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쌀쌀한터라 저녁으론 뜨끈한 쌀국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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