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7책] #27 – 괴물의 시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간접 고용과 비정규직의 문제는 이제는 흔하디흔한 것이 되어 버렸다. 비록 공중파는 아니라고 하나 인기 있는 드라마의 소재로도 쓰일 정도니 말이다. 2004년 공채로 채용된 KTX 여승무원들은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며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사회의 냉대였다. 그나마 법원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주는가 했지만 며칠 전 대법원에서는 결국 이들은 코레일 직원이 아니며, 불법파견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수많은 비정규직과 파견직이 생긴 결과를 반영이라도 하듯. KTX 여승무원들이 지난 10여 년 간 흘린 눈물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사회학과 출신의 강사인 저자가 강의 중에 겪은 당황스러운 사건에서 출발한다. ‘인권과 평화’라는 과목에서 위에서 언급한 KTX 여승무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를 예로 들었다. 학생들의 반응은 의외로 대단히 냉담했는데,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입사할 때는 비정규직으로 채용되었으면서 갑자기 정규직 하겠다고 떼쓰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행위인 것 같습니다.’ 저자는 학생들의 이런 정서에 주목한다. 자신들도 정규직이 되기 위해 고생하는데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을 요구하디니! 대체 이 생각의 근원은 무엇일까?

과거 대학생들은 사회적 문제의 최전선에 서는 것을 자처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 노동자가 되어 노동자들의 삶 자체를 바꾸고자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낭만이 사라진 것은 오래. 더 나아가 노동자의 삶,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그들을 하나의 경쟁자로 보고 그들의 요구를 떼쓰기로 치부하기까지 한다. 여기에 끼어드는 것은 저들이야 말로 경쟁의 패배자, 자기계발에 게으른 이들이라는 판단이다. 저들은 저들의 몫을 받았다. 그러므로 저들의 요구는 정당하지 못하다.

‘괴물이 되어 버린 이십대의 자화상’이라는 부제 만큼이나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씁쓸함을 남긴다. 《88만원 세대》에서는 바리케이트라도 치고, 짱돌이라도 들면서, 연대하라고 주문했지만 그 소리가 먹히지도 않는 현실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들은 시대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가해자의 자리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 책은 2013년에 나왔다. 고작 2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책에서 제기한 문제는 더욱 심화되었을 뿐이다. 스스로 속물이기를 자처하는 세대의 출현. 과연 이 지옥에서 벗어날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누군가 말한다. 지옥을 자각하는 사람만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헬조선의 청년에게 일독을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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