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7책] #26 – 가시밭 길을 걷는 법 《장자 – 안동림 역주》

오늘 장자 세미나가 끝났다. 올해 1월부터 시작했으니 거의 1년이 걸린 셈이다. 더 빨리 읽는 방법도 있었지만 꼼꼼하게 읽는다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편을 원문을 짚어가며 읽으니 6개월이 걸리더라, 7-8월엔 내용을 정리하며 내편을 다시 읽었다. 9월부터 11월엔 외•잡편을 후루룩 읽었다. 분량으로야 외잡편이 훨씬 많지만 내편에 비해 턱없이 적은 시간을 투자했다. 과연 그 선택이 옳은 것이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오늘 세미나 회원들과 이야기하면서 다시 확신하게 되었다. 역시 《장자》의 정수는 내편 7편에 있기 때문에. 반년 넘게 내편에 쏟았던 노력이 헛수고가 아니었다.

겨울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혹은 7월 무더운 여름에 시작해서 겨울의 초입까지 이 무거운 책을 들고 다녔는데 이제는 손에서 놓게 되었다며 모두 즐거운 얼굴이다. 하긴 1000쪽이 넘는 책이니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매주 읽는 부분이라곤 때로는 4-5쪽, 많을 때에도 50페이지 정도를 넘는 일이 별로 없었으니. 여담이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번역은 2006년 판으로 여기에는 색인 부분이 없다. 2010년 개정2판을 내면서 색인 부분을 넣었는데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다. 괜히 책을 무겁고 비싸게 만든 건 아닐까?

무게와 부피 이외에도 이 책의 단점은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번역문과 원문, 주석을 연이어 붙여놓았는데 번역문, 원문, 주석을 오가며 읽기엔 좀 불편한 편집이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지니 글씨가 작게 느껴지기도 한다. 워낙 분량도 많은데 책의 만듦새가 이러니 혼자서 독서할 요량으로 읽기엔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과도한 해석을 덜어내고, 읽을 수 있는 번역으로 내놓았다는 점에서는 매우 훌륭한 책이 틀림없다. 내편만 번역한 같은 출판사의 오강남 역, 연암서가의 김학주 역, 전통문화연구회에서 나온 안병주 역 등을 살펴보았는데 안동림 역보다 크게 나은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글항아리에서 최근에 나온 김갑수 역과 이학사에서 나온 그래이엄의 영역본 번역에 관심이 가나 이 두 책을 읽는 것은 당분간 미뤄야겠다. 올해의 《장자》 읽기는 그만~!

어제와 오늘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꿈/비전/목표가 무엇이냐고. 글쎄… 그런 것을 생각하고 살지 않고 있다. 그저 하루를 건강하게 살아내고 싶을 뿐이다. 소박한 소망일지 모르나 연구자로 살아남고 싶기도 하다. 그것은 내 앞의 미래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윤리처럼 노력한다고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꽃밭같은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장자》의 말을 빌리면 가시나무 길을 걷는 것 같은 상황.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가시밭길을 걷는 법을 장자는 일러준다. 굽이굽이 걸으라. 한편 장자식의 표현을 빌리면 길 없는 길을 가고, 발 없이 달리며, 날개 없이 날아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게 뭔 헛소리냐고 손가락질할 사람이 있을법하다. 그러나 《장자》를 읽는 내내 그것은 단순히 허망한 말을 넘어 실재적인 지혜를 심어주며, 나아가 어떤 위로까지 선물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자》는 내게 따뜻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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