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007…

명절을 보내고 일상으로 복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삶에 일정한 리듬을 새겨놓는가 싶었는데 금방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책상에 앉아서도 딴생각을 하거나 허투루 시간을 보내기 일쑤입니다. 한 해도 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한 해를 보내는가 싶어 아쉬워집니다.

서점을 준비하면서 이곳저곳을 탐방중입니다. 지난 8월에는 진주와 통영을 다녀왔고, 명절 때에는 고향 청주의 ‘꿈꾸는 책방’을 방문했습니다. 연휴 뒤에는 경리단과 이태원의 작은 서점들을 둘러보았습니다. 때마침 ‘테이크 아웃 드로잉’이라는 곳에서, 월드스타 싸이가 갑질을 부리는 바람에 고생하는 그곳에서 작은 책방들이 책을 모아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10월 중에 계속 되니 한번 방문해보는 게 어떨지요? 개인적으로는 청소년들과 10월 17일 오후에 동네 책방 탐방을 가질 예정입니다. 꼽아보니 주변에도 5~6곳을 방문할 수 있더군요.

책방 홍보차 10월 17일에는 공개 강좌를 열기로 했습니다. ‘우리 고전 새롭게 읽기’라는 주제로 심청전을 강의합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오후 2시. 책방 온지곤지에서 열립니다. 본디 작년 여름에 청소년들에게 강의했던 내용을 다시 되풀이 하는 것이긴한데, 제딴엔 크게 재미있었기에 다시 엽니다. 강의 내용은 책으로도 엮어서 만들어봤습니다. 책으로 엮은 강의내용 가운데 세 꼭지를 뽑아 매달 한번씩 공개강좌를 엽니다. 책은 아무 서점에서나 구할 수는 없고, 책방 온지곤지에서 구입하실 수 있답니다. ^0^;;

책방지기로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었으니 기회가 닿는대로 책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작은 서점을 돌아다니다 보면 반가운 책을 만나기도 합니다. 유유 출판사에서 나온 <논어를 읽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책은 대단히 얇고 가벼운데 읽어보니 생각보다 유익한 내용이 많습니다. 공자와 제자들을 다룬 부분 가운데 인상 깊은 부분이 있어 소개합니다.

… 공자의 가장 큰 공헌은 서주西周의 귀족 교육 체계인 ‘왕관학王官學’의 내용을, 출신 신분으로 봤을 때 그런 자격이 부족한 이들에게 가르친 것이었습니다. 이는 실로 그 시대의 ‘차별 없는 교육’의 실현이었습니다.

귀족 교육의 핵심인 글쓰기가 공자를 통해 확대되고 전파되어 그 결과, 중국 최초의 민간 저술이 탄생했습니다. 《논어》 이전의 다른 문자 기록은 모두 왕조의 봉건 귀족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시경》, 《서경》, 《춘추》는 다 귀족 교육의 중요한 교재였기에 문자로 기록된 겁니다. 《시경》 관리가 민요를 수집해 민간의 사정을 살피던 채풍采風 및 귀족 연회의 여흥과 관계가 있으며, 《시경》은 조정의 문서를 모아 놓은 겁니다. 《춘추》는 사관이 자신의 직분에 따라 작성한 방대한 사건 기록이지요.

그렇게 기원전 5세기까지 이루어졌던 글쓰기에 대한 독점과 제한을 공자는 교육이라는 방식을 빌려 부수었으며, 이에 힘입어 그의 제자들은 최초의 민간 저술인 《논어》를 지필했습니다.

… 역사적으로 《논어》의 선구적 의의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더 새롭고 혁명적인 의의가 있지만 보통 무시되곤 하는데 그것은 바로 《논어》가 그 전에는 없었던 인간관계, 즉 사제관계를 구현했다는 사실입니다.

… 공자와 그가 가르친 사람들은 혈연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공자의 수많은 제자들은 본래 봉건 질서 속에서 그런 귀족 교육을 받을 자격조차 없었습니다. 따라서 공자가 맡은 역할은 사실상 봉건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었습니다. 혹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마침 봉건 질서가 흔들리던 춘추 시대였기에, 공자가 옛 체제의 규범을 어기고 본래 폐쇄적이고 독점적이었던 귀족 교육의 내용을 차별없이 더 많은 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과 친족 간의 유대를 통해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들이 공자를 좇아 그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 《논어를 읽다》,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유유. 39~43쪽.

공자라는 사람의 크기 때문에 다양한 논의가 벌어졌던 역사가 있습니다. 과연 그는 주나라 중심의 봉건체제를 옹호한 인물인가 아니면 다른 비전을 제시한 인물인가. 저자는 공자가 귀족 중심의 체계와 반대되는 평등한 지식의 공유, 전승의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흥미로운 주장입니다. 기회가 닿는대로 일독을 권합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좋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 가운데 《주자평전》이라는 책에 대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대단히 방대한 분량의 책인데 큰 마음을 먹고 샀습니다. 권 당 무려 6만원! 두 권에 12만원인데 초판 한정이라고 좀 싸게 팔아서 사고 말았습니다. 책을 받고는 언젠가는 꼭 읽고 말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주자평전》이라는 제목에 의문이 생겨 원래 제목을 찾아보았습니다. 《朱子大傳》이라는 제목인데, 문득 이 책과 얽힌 과거가 떠오르더군요. 대학원시절 호기있게 사 두었던 두꺼운 원전 텍스트가 있었습니다. 책도 하나 펼치지 않고 책장에 꼽아두었는데… 아차! 이 책이 드디어 번역되어 나왔네요. 10년동안 책장에 묵혀두었던 게 이제 빛을 발할 때가 되었습니다.

‘주자학’이라는 주제는 앞으로 크게 공부할 주제이니 이 책도 앞으로 크게 중요할 겁니다. 더구나 주희의 생애를 직접 다룬 책이 얼마 없으니 그 가치는 더 빛을 발하지요. 그러나 이 두꺼운 책을 혼자 읽기 힘든 법! 내년에 주자학을 공부할 기회를 마련해야겠다고 소박하게(?)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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