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7책] #22 – 질척이는 삶 《운수 좋은 날》

이번 11월 토요서당에서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읽었다. 짧은 단편이라 몇 주에 걸쳐 소리 내 전문을 다 읽었다. 소리 내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그냥 눈으로 읽을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냥 지나쳤던 표현들이 눈에 들어온다. 무딘 감성으로 훑어냈던 부분이 내 마음을 긁어댄다. 중고등학생 시절 그래도 몇 번은 읽었던 거 같은데 전혀 낯선 글로 만나게 된다. 물론 나이가 들어 글을 다르게 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 김 첨지의 억척스런 삶이 그저 밉게만 보이지는 않게된 것이다.

예전에는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김 첨지가 참 답답했다. 뭘 그렇게 성질을 못내 안달인지. 그런가 하면 그 유명한 작품의 결말도 싱겁기만 했다. 이렇게 뚝 끊어버리면 어쩌란 말인지… 그러나 이번에 토요서당 친구들과 다시 읽으며 그의 척박한 삶이, 웬수 같은 돈이라며 지랄으르 떠는 그의 속내가 조금은 가깝게 느껴졌다. 날품팔이로 살아야 하는 삶의 불안감. 고된 하루의 달콤한 보상이 전혀 달갑지 않은 우울한 현실.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 처럼 보이는 저 시궁창 같은 삶에서 김 첨지의 이후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작품이 발표된 지 좀 있으면 100년이 다 되건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아 우울하다. 김 첨지의 이야기는 그저 낯선 옛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에도 어디선가 반복되고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닐까.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무슨 소리냐며 발끈 성을 낼 것이다. 과거 보단 그래도 훨씬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지 않느냐며. 그러나 이 소설이 그리고 있는 1920년대 서울의 우중충한 분위기는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반복되고 있지 않나? 여전히 오늘 우리네 삶도 출구 없이 갑갑하게 우울한 일상을 견뎌내며 사는 건 아닐까? 운수 좋은 날의 달콤함에 가끔 취하면서.

이 책의 장점은 깔끔한 편집에 작가, 배경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보조 자료를 충분히 싣고 있다는 점이다. 더 짧아도 될 법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다. 소설을 읽고 보면 흥미로울 법한 부분이 많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그 자료들을 읽고 다시 소설을 읽으면 또 다른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깊이 있는 독해가 가능하다고 할까? 이 시리즈는 중학생 정도를 타깃으로 삼아 출간된 것으로 보이는데, 몇 편을 꼽아 본 결과 초등학생들과 함께 읽어도 무방하다. 당연히 그림책 보다야 덜 매력적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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