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7책] #19 – 내 어린 시절을 사로잡은 책 《도구와 기계의 원리》

오늘은 종일 책방 일을 했다. 전기 필름을 설치하고 장판을 까는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모든 짐을 빼서 날라야 하는 것도 일이었지만, 생전 처음 해보는 전기 필름 공사라 실수도 적지 않았다. 전기 필름의 작동 방식이야 매우 간단한 것이지만 몸소 깔아보니 역시 쉽지 않더라. 순서는 이렇다. 단열재를 깔고 전선 배치를 한 뒤, 보호판을 깔고 그 위에 다시 장판을 깔기. 그 중 가장 힘든 건 전선 공사와 장판 깔기. 대충 자리를 잡았는가 했는데 잘못이 생각나 결국 다 뜯어내고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종일 쉬지 않고 일한 바람에 몸은 매우 피곤하지만 그래도 손수 했다는 뿌듯함을 얻었다. 게다가 덤으로 시공비를 아꼈으니 매우 만족할만한 일이다. 흠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일을 하면 늘 마무리가 엉성하며,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중간에 체력이 떨어져 집중력 저하로 실수를 한다는 게 문제긴 하다. 그래도 맨몸으로 저 많은 일을 한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아마 어려서부터 어깨너머로 그런 일을 많이 보고 익혔기 때문이리라. 집에는 이런저런 공구가 많았다. 손수 처리해야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호기심도 꽤 많았다. 그래서 이 책을 덥석 사서는 달달 읽었던가보다. 인터넷 서점을 보니 2002년에 나온 개정판은 오래전에 절판이 되어 구할 수가 없다. 이 책이 좋은 줄은 아는지 중고서점에서 가장 싼 곳이 70,000원이다. 두 배 이상으로 내놓았으니 배짱이 대단하다. 무려 180,000원에 내놓은 곳도 있다. 지금도 찾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며,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귀한 줄 안다는 뜻이다. 이쯤에 내놓는 소박한 자랑. 나는 1993년 판과 2002년 개정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옛 진선출판사본은 모두 2권으로 되어 있는데, 각 권의 값이 9,900원이다. 20년 전 가격으로는 꽤 비쌌다. 그래도 이 책이 가진 매력은 단번에 내 관심을 빼앗기 충분했다. 간단한 지렛대부터 톱니바퀴, 크랭크, 기어를 비롯한 복잡한 기계장치의 작동에서 전기와 전파의 원리까지. 이 책은 호기심 많은 나에게 너무도 멋진 선물이었다. 더구나 메머드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풀어가는 유머스러움까지! 학교에서 기술시간에 배운 것보다 이 책에서 배운 것이 훨씬 유익했다.

서울문화사에서 나온 개정판에는 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기계의 작동 원리까지 포함되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인터넷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단숨에 구입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읽지는 않았다. 아들에게 시험삼아 읽어줘 보았는데 여섯 살의 관심을 끌기에는 좀 복잡한 내용이긴 하더라. 그래도 지금은 아들의 책꽂이에 꽂혀 있다. 언젠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날이 있겠지. 그리고 나처럼 이런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테다.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며, 원리를 알면 두려울 게 없다는!

* 옛 진선출판사 판은 책방 온지곤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단 팔지는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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