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를 둘러싼 몇 가지

  • 나도 참 부지런하다. 이건 어제 올린 글.

1. 핵심은 정관개정이 아니다.

한동신문사와 장순흥 이사와의 간담회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다. 누군가는 여기서 ‘진심’을 읽었고 누군가는 여기서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고질적 문제를 보았다. 나는 후자다. 물론 기사라는 것이 모든 대화 내용을 담아내는 것은 아니지만 기사에 국한하여 말한다면 신문사에 실망했다. 문제의 핵심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관개정’이 지금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물론 모든 요구가 ‘정관개정’으로 취합될 수 있겠지만 시작은 그것이 아니다.

정관개정 이전에 소통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사회는 불통의 고집을 끝까지 놓지 않았고 결국 이런 사태에까지 왔다. 만약 이사회에서 소통의 의지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다. 교수 옵저버를 참여시켰다면, 학내 여론을 반영하려는 제스쳐를 취했다면 이렇게 여론이 들끓었을까? 물론 그랬다면 장순흥 이사는 신임 총장으로 선임되지 못했을 거다.

한편 ‘소통’에만 시야를 좁히는 이들이 있다. 평교수연대 등이 ‘소통과 대화의 여지를 처음부터 막고 있다’라고 이야기한 전 동문회장이 대표적이다. 과연 지난 1년간을 복기하고도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사회가 끊임없이 약속을 어기는 것을 보지 않았나? 과연 순수한 건지 무지한 건지 모르겠다. 뒤에 이야기하겠지만 물론 둘 다 문제다. 그래 좋다고 하자. 날 선 말을 거두고 소통하면 문제가 해결되나? 사이좋게 웃으면서 악수하면 끝?

지난 19년을 운운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구조의 문제이자 권력의 문제이다. 왜 한동대 학생들은 남의 잔치 보듯 총장 인선과정을 보아야 하나? 장순흥 이사가 말하는 것처럼 투명성을 위해 노력을 다했다고 보는가? 그는 이렇게 말한다 법인 팀장이 누군가 당신을 추천했고 그 의향을 물었다고. 그렇다면 하나의 질문이 해결된다. 세 추천서가 똑같고 장순흥 이사의 후보 의향서가 똑같은 이유가. 그는 추천서를 보고 자신의 의향서를 쓴 게 아닌가. 입시 자소서도 그렇게 쓰지 않는다. 하물며 대학 총장직에 지원하는 서류를? 호구 취급당하는 현재 상황이 기분 나쁘지 않은가? 그래서 그는 학교에까지 와놓고 학생들을 만나지 않고 떠났단다. 다른 일정이 있어서.

2. 장순흥은 ‘이사’다.

한동의 고질적인 문제는 ‘이사’와 ‘총장’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현 총장이 이사를 해 먹고 있다. 회의에서 이사장이 없으면 의사진행권을 독점한다.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독재란 바로 이런 것이다. 견제 장치가 없는 권력. 한동의 불행은 김영길 총장-이사의 독재에다 그를 둘러싼 우상화이다.

장순흥은 뻔뻔하게도 그가 신임 총장일 뿐이며 이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대답한다. 만약 그가 정관개정의 의지가 있었다면 이사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의사를 밝힐 수 있었다. 결국 하나마나한 소리를 한 거다. ‘총장의 권한’이 아니라지만 당신은 ‘이사’가 아니던가. 그것도 작년까지 이사장이었던.

그는 결코 총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는 ‘이사가 지원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없었’다고 말한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규정에 없다고 다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지 않나. 이사는 총장을 선출할 수도 있고, 문제 있을 경우 그를 해임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사가 총장을 해먹고, 총장이 이사를 해먹는다고? 게다가 그는 이사장으로 있을 때 김영길 총장의 연임을 보장해주었고, 이제는 자신과 김영길 총장이 이사로 있는 이사회의 선임을 받았다. ‘통일주체국민회의’는 적합한 절차에 따라 박정희의 연임을 보장해주었다. 나는 이것을 독재라고 배웠다. 그러나 결코 멀리 있지 않은 일이다.

현 이사의 임기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지만 장순흥 이사는 2007년부터 이사로 있었다. 게다가 바로 2009년 이사장 대행으로 시작해서 2012년까지 이사장으로 있었다. 그런데도 이사로서 아무런 책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사회의 사과를 요구한다면 장순흥 이사의 사과도 받아야 한다.

3. 진심을 보이려면 행동으로 옮겨라

간담회가 어떻게 마련된 것인지를 모르겠으나 그가 학보에 얼굴을 내민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나름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이런 경직된 상황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니. 그러나 정말로 여러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자 한다면 몇 가지를 행동으로 옮겨주면 된다.

우선 공개되지 않고 있는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라. 과연 인선위원회는 어떻게 꾸려졌고, 어떤 식으로 회의에서 신임총장의 선임을 준비했는지를 보여주면 된다. 내정설에 대해 부인하고 싶다면 그런식으로 둘러댈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면 된다. 참고로 그는 총장 지원 후 이사들을 만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8월 회의 이후 총장 인선이 이뤄지는 11월까지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8월 이사회에 분명히 참석했었다.

이사회는 구체적으로 장순흥 이사를 총장으로 뽑은 이유를 납득가능하도록 설명해야 한다. 과연 그가 다른 후보들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특히 만장일치로 장순흥 이사를 총장으로 선임한 만큼, 이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대답해야 할 사람은 김영길 총장이다. 왜 후임 총장을 뽑는데 참여했으며, 어떤 판단으로 장순흥 이사를 선택했는가?

그러나 이런 행동을 보기란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이사회란 똑같은 사람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투표를 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생각을 전제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회의 모습을 보건대 그렇지 않다. 이사회란 매우 단순한 곳으로 이쯤 되면 이들의 향후 행동까지도 짐작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장순흥 이사를 비롯하여 이사들은 12월 기말을 기다리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시전하겠지.

분명 그들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무능력하며, 무지하고, 순수하기 때문이라고 하자. 자신들의 동료를 총장으로 앉히려는 정치적 복안이 있었다면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거다. 만약 그렇다면 대단한 무능력의 소치다. 그러나 탓하진 말자 무지와 순수의 장막이야 말로 가장 피하기 쉬운 도피처이니까.

4. 무지와 순수의 장막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재학생과 졸업생 가운데 무지와 순수의 장막 뒤에 숨 모습을 본다. 문제를 문제로 보지 못하고 그저 하나의 시끄러운 소음 쯤으로 해석하는데 그친다. 게다가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진정성에 대한 요구이다. 바로 얼마 전 올라온 한 졸업생의 글에는 보직교수야 말로 야근으로 지치고 가족을 돌볼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연구와 교육에 시간을 빼앗겼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김영길 총장을 두둔하는 이유 역시 그의 진심어린 학교 사랑이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 누구에 대한 평가가 아닌, 총장이나 보직 교수에 대한 평가라면 그런식의 감정적인 접근이야 말로 위험한 일 아니겠는가. 수고와 노고에 언제나 공과는 가려진다. 과를 이야기하는 편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공을 이야기해야 할 텐데 언제나 사랑과 진심 뿐이다. 게다가 무지한 이들은, 순수를 자랑처럼 과장하는 이들은 그런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i7 댓글에서 누구는 이런 비판을 보고 ‘지적 우월감을 과시’한다고 평가한다. 이를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이런 태도야말로 한동대 재학생들에게 만연된 만성적 경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논의를 진행하는 데는 큰 지적 능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다른 대학의 이사회와 총장의 권력 구조를 보라, 총장의 권위나 역할을 보라, 후보가 제출한 문서를 읽어보라. 지적 능력이 뛰어나서 글 쓰고 있는 게 아니다 부지런할 뿐이지.

게으름은 죄다. 사유의 게으름은 그 누구도 건져내 줄 수가 없다. 귀를 틀어 막고 침묵을 자신의 무기로 삼아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한동의 무지한 자들은 단순히 침묵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말을 서슴없이 막는데까지도 이른다. 대자보를 찢는다.

한편 이것은 다 잘못 배운 탓이거니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마도 믿음이란 앎과 반대라고 배웠을 테다. 시위와 구호는 그리스도인의 것이 아니라고 배웠을 거다. 골방에서의 기도가 행동보다 큰 힘이라고 배웠을 거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의심하지 않는 자가 어떻게 믿을 것이며, 순응만 하는 자가 처형대였던 십자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 불의를 모르는 자가 어떻게 프로테스탄트를 입에 올리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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